[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존재감 미비 등의 비판을 받아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눈에 띄는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임기를 4개월여 남긴 김진욱 공수처장이 가시적 성과로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각하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공수처, 고발접수 1년여만에 강제수사 착수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에 걸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을 압수수색하고 감사자료 등을 확보했습니다. 공수처 수사인력 약 3분의2인 40여명을 투입한 대대적 수사였습니다.
이는 전 전 위원장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처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지 9개월 만입니다. 전 전 위원장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최 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공수처에 접수된 감사원 관련 고발사건은 20여 건에 이릅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4월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추가 고발 및 고발인 조사에 출석하며 피켓을 들고 감사원을 규탄하고 있다. 전현희 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전 위원장 관련 의혹을 감사원에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권익위 고위 관계자 A씨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고발접수 1년이 넘도록 잠잠하던 공수처가 감사원에 대한 강제수사를 전격 진행한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내부 의지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1년 1월 초대 공수처장으로 부임한 김진욱 처장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안 남았습니다.
유명무실 조직이라는 평가를 듣던 공수처 입장에서는 2기 공수처가 들어서기 전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번 감사원 수사는 1기 공수처의 마지막 수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표적·편파 감사’ 의혹 철저 수사해야…보은수사 비판도
감사원은 직무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정치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전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KDI), KBS 등을 상대로도 감사를 벌였습니다.
반면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강원도,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청은 감사하지 않아 ‘표적·편파 감사’라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강제수사 대상이 감사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 나옵니다. 감사원은 검찰과 함께 국내 양대 사정기관으로 상대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조직이었습니다. 검찰과 감사원은 서로에 대한 수사 사항이 있어도 암묵적으로 기피해 왔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윤석열정부에서 감사원이 사정의 칼날을 대통령이나 여권에 맞게 휘두른 정황이 많아 직권·권한남용 의혹이 짙다”며 “단순 오해인지, 근거가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 권력 견제라는 국민적 기대를 안고 태어난 조직이 그동안 제 기능을 못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이번 수사가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최진녕 변호사는 “장차관이나 고위 검찰·법관의 비위가 아닌 감사원의 감찰을 수사한다는 건 번지수가 잘못됐다”며 “지난 정권의 사생아로 평가받는 공수처가 지난 정권에 보은하는 수사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월19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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