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20년 4월부터 망이용대가 지불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모든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사는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스마트폰과 인터넷(IP)TV 요금제와 결합한 넷플릭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입니다.
4년째 이어진 분쟁 종결
SK텔레콤(017670)과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는 18일 4년째 진행돼 온 망이용료와 관련된 모든 분쟁을 종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사 관계자는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고객을 우선한다는 양사의 공통적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이용료를 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망이용대가 협상 재정 신청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했고, 2020년 4월 법원에 채무부존재(지급의무 없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공방이 시작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국내 회선 사용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지만, 반드시 금전을 지급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 항소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측은 지난 7월12일까지 항소심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길어진 법적공방에 SKB·넷플릭스 모두 부담
이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공방 종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급작스럽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평을 내놓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재판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무정산 피어링을 했다는 넷플릭스와 전용망은 유상이 원칙이라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왔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양측 모두 피로감을 느낀 결과란 분석입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이용대가 무정산합의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무정산 피어링으로 연결돼 있었고, 이를 SK브로드밴드가 지속한 것이기 때문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는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유상이 원칙이며 무상에 합의한 적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법정공방이 길어지면서 사업적 역량 소모가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IPTV 사업자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 불리했을 것이고, 넷플릭스도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망이용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망이용료에 대한 판례가 굳어질 수 있는 점이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략적 협력관계 맺는다…관련 요금 내년 상반기부터 출시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는 분쟁을 조정하기로 합의하면서 18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코리아 오피스에서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이 스마트폰과 IPTV 등에서 편리한 시청 경험 및 결제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번들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특히 구독 상품 T우주에도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더 많은 고객들이 넷플릭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겠다는 방침입니다. 새로운 서비스 상품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기술 협력도 추진합니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지난 수년간 축적해 온 대화형 UX,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넷플릭스와 모색할 방침입니다.
넷플릭스도 이번 협력을 통해 'D.P.', '마스크걸', '길복순', '피지컬: 100'을 비롯, 한국과 전세계 창작자들이 빚어낸 영화·시리즈·예능·다큐멘터리에 걸쳐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이야기를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고객들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니 자메츠코프스키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사업 개발 부문 부사장(VP)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많은 한국 회원들에게 편리한 시청 환경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공동의 고객을 위해 함께 걸어갈 여정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최환석 SK텔레콤 경영전략담당은 "앞으로도 AI컴퍼니로의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국내외 다양한 플레이어와 상호 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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