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9월 1일부터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고시)가 시행됐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고시에서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마땅한 분리 공간과 지도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해당 업무를 두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까지 생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교원단체는 정부가 학교에 모든 문제와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관련 예산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고시에 따라 학칙 바꿔야 하지만 내부 분란만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고시를 마련해 2학기가 시작하는 지난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교사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거나 휴대전화처럼 수업에 방해되는 물품을 압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고시는 주요한 내용을 학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한 부분이 많습니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범위,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의 분리 장소 및 시간과 학습 지원, 학생으로부터 분리 보관할 수 있는 물품 등입니다. 각 학교는 다음 달 31일까지 고시 내용에 따라 바뀐 학칙을 교육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칙으로 정해야 하는 사안 가운데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의 분리 관련 업무를 두고 분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없다 보니 교무실·교장실·상담실 등 기존 공간으로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을 보내야 하는데 해당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모두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부터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고시)가 시행돼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마땅한 분리 공간과 지도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해당 업무를 두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까지 생기고 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고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동료 부담될까봐 분리 조치할 수 있을지…"
장소를 결정한다고 해도 해당 학생을 지도할 인력 역시 부족합니다.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여러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어 새로운 일을 선뜻 맡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문제 행동으로 분리 조치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만큼 다들 맡기 싫어하는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특정 교사나 수업을 하지 않는 비교과 교사에게 해당 업무를 강요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교사들이 서로 바쁘고 힘든 걸 뻔히 아는데 누군가가 분리 조치된 학생 지도 업무를 맡는다고 하면 동료에게 부담될까봐 선뜻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해당 업무를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우리 학교나 주변 학교를 보면 그런 경우는 잘 없는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관리자들도 불만이 많습니다. 교육당국이 별도의 예산이나 지원 없이 여러 조치들만 시행하라고 하니 공간이나 인력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 B씨는 "고시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고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여건상 어려움 점이 있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분리 조치된 학생을 지도할 기간제 교사를 따로 구해 선생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으나 기존 예산으로는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원단체는 고시와 관련한 정부의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서적 위기 학생이 과거보다 많아진 만큼 분리 조치되는 학생도 생길 수밖에 없는데 기존의 학교 인력들은 다들 맡고 있는 고유 업무가 있어 여력이 없다"며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려면 그에 맞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 학교에만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고시)가 시행돼 교육 활동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마땅한 분리 공간과 지도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해당 업무를 두고 학교 구성원 간 갈등까지 생기고 있다. 사진은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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