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재판'을 강조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만큼 이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평도 있지만 재판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김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그 믿음은 퇴임을 하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퇴임식을 끝으로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 만료됩니다.
김 대법원장이 임명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2017년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김 대법원장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이념 편향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김명수 "좋은 재판, 국민이 체감할 떄 완성되는 것"
그러나 이 위기를 이겨낸 김 대법원장은 임명 이후 취임사에서 '좋은 재판'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이후 각종 회의와 기념식에서도 빠지지 않는 키워드였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도 "좋은 재판은 국민이 이를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면서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우리의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재판의 양과 질,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 중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청구권,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과 강제추행 기준 완화 등 유의미한 결정이 많이 나왔다"며 "김명수 사법부의 편향성 문제가 항상 거론됐는데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정치권이 법률심의 최종적 결론을 내리는 대법원의 위신과 신뢰를 진영 논리로 폄훼한 점도 아쉽다"
사법행정 권한 개편에 주력
김 대법원장은 이날 "새로운 사법의 길은 그 길을 찾아가는 절차와 방식에서부터 이전과는 다른 것이어야 했다. 재임 기간 내내 우리 사법부가 과거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지양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며 낡은 제도를 탈피하려던 자신의 노력 또한 언급했습니다.
이 점도 김 대법원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입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을 통해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행정 권한 개편에 주력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특별히 이룬 것 없이 흘려보낸 6년'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의 재판 서비스의 질이 낮아졌다"며 "재판이 지연됐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여론에 흔들리는 재판도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법행정 측면에서도 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더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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