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업체인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그룹)이 산하 브랜드들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고급차, 전기차 시장은 물론 국내 완성차 기업 지분까지 사들이며 신차 개발까지 나서는 등 한국에서의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습니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16일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플래그십 전시장을 열고 공식적인 브랜드 출범을 알렸습니다.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로터스 전시장.(사진=로터스자동차코리아)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는 지리그룹이 2017년 지분 51%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로터스의 국내 공식 수입사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맡았습니다. 로터스는 페라리·포르쉐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카 제조사로 꼽히는데요. 초경량 퓨어 스포츠카라는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로 최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엘레트라'를 선보이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날 로터스는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와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 엘레트라 등 2개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에미라와 엘레트라는 각각 내년 상반기, 하반기 인도될 예정입니다. 현재 두 모델의 사전예약 물량은 470대를 기록했습니다. 연말까지 600대 이상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로터스는 2007년과 2015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요.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슈퍼카 시장이 매년 성장하는 상황에서 이번 로터스 진출은 지리그룹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서 규모가 큰 딜러사인 코오롱과 손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로터스 전기 SUV '엘레트라'.(사진=로터스자동차코리아)
댄 발머 로터스 아시아·중동 총괄 디렉터는 "한국은 디자인, 성능, 품질을 굉장히 중시하는 만큼 우리에겐 중요한 미래 시장"이라며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로터스코리아가 출범하면서 국내에 출시된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는 볼보, 폴스타에 이어 3개로 확대됐습니다. 지리그룹은 2010년 볼보를 인수했고 폴스타는 지리그룹과 볼보 합작법인으로 2017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했습니다. 볼보는 폴스타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사진=르노코리아)
전동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들 브랜드들은 신차 개발 단계에서도 지리자동차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볼보가 오는 28일 국내에 출시하는 소형 전기 SUV 'EX30'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지리차에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SEA'가 적용됐습니다. 중국 우한공장에서 생산되는 로터스 엘레트라도 SEA 플랫폼과 유사한 'EPA' 플랫폼이 탑재됐습니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폴스타 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역시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니다.
폴스타 4의 경우 중국 충칭공장 뿐만 아니라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도 생산될 예정인데요. 이는 지리그룹이 지난해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해 2대주주이기 때문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 산하 볼보의 중·소형 전기차 플랫폼(CMA) 기술을 가져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CMA플랫폼 기반의 중형 SUV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이어 2027년까지 준대형 세단, 전기차 등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폴스타 4.(사진=폴스타)
지리그룹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데는 한국을 일종의 '관문'으로 여기기 때문인데요. 폴스타의 경우 주요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추가한 가장 큰 이유는 관세 혜택이라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폴스타는 현재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30%에 가까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무관세를 적용받습니다.
또 중국산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볼보와 폴스타의 높은 국내 판매량이 이를 방증하는데요.
또다른 관계자는 "스웨덴에서 생산하는 XC60, XC90이 인기를 끌면서 볼보차가 안전하다는 이미지 확대와 함께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낮아졌다"며 "지리그룹은 소비자 눈높이가 높은 한국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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