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전달하고 무죄 받은 유동규…혐의 변경 가능성은?
대향범 법리·불고불리 원칙 따라 무죄
검찰, 혐의 변경 여부에는 "검토 중"
2023-12-04 15:36:20 2023-12-04 17:34:22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법원이 '대향범 법리'와 '불고불리의 원칙'을 내세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바꿔 기소할지 주목됩니다.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먼저 대향범 법리부터 설명하자면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의 경우 기부자가 있으면 수수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때 기부자와 수수자는 공범이 될 수 없고 각 행위에 대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쪽이 아니라 이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전달한 쪽에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수수자인 김 전 부원장이 아닌 기부자인 남욱 변호사의 공범에 가깝다고 본 것입니다.
 
전달 관여는 명백…다만 '수수 공범'으로 기소해 처벌 불가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정황이 있다고 봤습니다. 유 전 본부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 중 한 명으로 본 검찰과 달리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유동규와 정민용은 정치활동으로 볼만한 행보를 보인 바 없다. 남욱으로부터 조성돼 온 정치자금을 분배, 관리, 사용할 재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일부 착복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른바 '배달사고'가 있긴 했지만 이를 임의 사용의 재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김용과 구체적인 사용처나 분배 대상, 분배 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상의한 바 없으며 실제 남욱으로부터 받은 액수 등에 대해 논의하거나 확인, 보고한 바도 없다"며 "오히려 두 사람은 남욱과 자금 요구, 전달과 관련해 수시로 연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수수 공범이 아닌 기부 공범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끝내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범위 내에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유 전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기부 공범'이 아닌 '수수 공범'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봐주기 기소' 비판…혐의 변경하면 유죄 가능성도
 
일각에선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른바 '봐주기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및 진술 변화가 핵심 증거로 작용했는데, 이 대가로 검찰이 봐주기 기소한 것 아니냐는 취지입니다.
 
만약 검찰이 항소심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기부 공범으로 혐의를 변경한다면 유 전 본부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정치자금을 받은 쪽과 공모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의 혐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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