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세종시 아름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조국 북콘서트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민주당 내부에서 내년 총선 과반 의석을 자신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낙관론을 경계하라'던 지도부의 경고가 무색해지는 모습입니다. 자만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사법리스크'도 당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낙연·김부겸·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당 원심력 커지는데…'20년 집권론' 이해찬 "180석"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6일 세종시에서 열린 세종시당 토크콘서트에서 내년 총선 결과에 대해 ”자신을 가지고 하면 1당을 뺏길 것 같지는 않다“며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호남에서 30개를 먹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7개만 먹어도 37개, 충청·강원에서 5개가 빠져도 17개, 그럼 84개를 먹는다”며 “지난번 수도권에서 103개를 먹었는데 이 중 50∼60개만 먹어도 140석이 되고 70개를 먹으면 154석이 되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낙관론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에 꺼낸 ‘20년 집권론’이 대표적입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해 9월에는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도 주장했습니다.
이 전 대표 외에도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 결과를 낙관하는 언급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도 ‘범야권 200석’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지도부가 입단속에 나섰지만, 이런 경고가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내부에 있을 오만함을 경계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거나, 때로는 다가오는 총선 승리에 대해 마치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하는 그런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송영길 '돈봉투 의혹' 겨눈 검찰…민주당 의원 '줄소환' 불가피
낙관론에 더해 이른바 ‘돈봉투 의혹’ 등 당 안팎 인사들이 연루된 사법리스크도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는데요. 지난 4월 돈봉투 수사가 시작된 지 8개월여 만입니다.
검찰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5월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들에 건네진 300만원이 든 돈봉투 20개가 뿌려지는 등 총 9400만원이 당내에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이 돈봉투를 마련해 뿌렸고, 당시 캠프 총책임자였던 송 전 대표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죠.
송 전 대표는 여전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날 출석 전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해오고 있다”며 “증거 조작이 제대로 안 되니 주변 사람 100여명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해 별건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송 전 대표 입장과 다르게,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송 전 대표 조사 후 돈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현역 의원들을 줄소환할 방침입니다.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사라졌다는 비판 속에서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7일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에 비명(비이재명)계 등 당내 비주류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 강성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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