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전국 시도에서 폐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1호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경기도에서도 조례 폐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경기도의회 전경. (사진=경기도의회)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초읽기
11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여성가족위원회의 서성란(국민의힘) 의원이 낸 '경기도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민의힘 의원 47명이 공동발의자로 나선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마쳐야 합니다.
본회의에 올라갈 경우 학생인권조례 전면개정을 추진하겠다 밝힌 보수성향 임태희 교육감의 기조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힘 실어주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교권 침해로 인해 잇따라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지난 9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겠다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9월 '경기 학생인권 조례'를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명칭을 바꿔 입법예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개정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습니다. 조례 명칭 변경이 학생과 교사의 대립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조례안 폐지를 두고 토론회 등 논의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는 체벌 금지, 강제 야간 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금지, 두발 규제 금지 등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런 내용들로 인해 학생 인권보호는 이뤄졌지만, 교권은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발표했습니다. 학생과 교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균등하게 명시했다고합니다.
교권 보호에 대한 여론과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기조에 결국 전국 1호 경기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서울·충남서도 폐지 가능성
경기도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제정한 뒤 전국 17개 시도에서 6개 교육청(경기도, 서울시, 광주광역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행해 왔는데 벌써 절반의 지자체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울시의회는 18일 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합니다. 과반인 국민의힘은 당연히 폐지에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예결위원장 자리를 받으면서 폐지안을 상임위에 상정하는 데 합의한 만큼 상임위 통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충남도의회에서는 이미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오는 15일 열리는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고 있는데, 과반의 표를 얻어 통과된다면 전국에서 가장 먼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충남도의회는 전체 도의원 47명 중 국민의힘이 35명, 민주당이 12명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되려 학생 인권을 퇴행시키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인권 퇴행"이라 지적했고,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과 국제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므로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인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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