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던 공공병원들의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경영 악화에 내몰린 공공병원 노사가 예산 증액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공공병원 노조가 속해 있는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일부터 열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전국 공공병원장들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노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 위기에 맞서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공공병원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하지만 지난 2년6개월간 감염병에 대응한 결과가 경영 위기로, 공공의료 위기로 귀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이 존폐 기로에 서 있는데 국회는 멈췄다”며 “코로나 대응에 헌신했던 공공병원을 더 이상 토사구팽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전국 공공병원장들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감염병 대응 거점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을 촉구하는 노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내년도 공공병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코로나 치료 의료기관과 공공병원 지원 예산으로 9530억7900만원을 썼는데, 내년 예산안에서는 126억1000만원을 책정해 98.7%가 줄었습니다.
노사에 따르면 올 한해 전국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들은 총 2938억원, 기관당 84억원 가량의 손실이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감염병 대응 거점 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예산을 2695억원 증액하자는 논의가 나왔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입니다.
조승연 전국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보낸 2년여 동안, 지친 의료진은 병원을 떠났고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간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팬데믹이 끝나고 일상이 돌아왔지만 공공병원의 고난은 이제 시작됐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손실보상이나 피해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동안 공공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공병원, 필수의료·사회안전망 역할”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코로나 전담병원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노조가 지난 12일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6%는 ‘코로나 종식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77.1%는 ‘공공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정부가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공공병원들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 긍정적(93.6%)이라고 평가했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클 것(91.2%)으로 내다봤습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덕분에’라며, ‘영웅’이라며 치켜세우더니 이제 공공병원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공공병원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역할뿐 아니라 필수의료와 함께 취약계층 치료와 민간병원이 꺼리는 진료를 책임지면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는 코로나 전담병원의 회복기 지원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민심을 받아들여 관련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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