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각 산업 분야에서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해운업계에도 '탈탄소'와 '디지털' 바람이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해운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내년 1월1일부터 선사에도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가 적용되고 국제해사기구(IMO)규정에 따라 선박 탄소집약도지수(CII)도 제출해야 합니다. 또 친환경선박, 자율운항선박 등 해운업이 미래산업으로 가기 위한 디지털화도 촉진될 전망입니다.
내년부터 EU 배출권거래제 적용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는 탈탄소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채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년부터 EU의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면 각 선사들은 유럽과 비유럽 항구를 운항할 때마다 탄소배출량의 50%를 배출권으로 구매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또 IMO 규정에 따라 선박 탄소집약도지수도 제출하게 됩니다. 선박 탄소집약도지수는 1톤의 화물을 1해리(1852m)까지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 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 운항정보를 활용해 지수화한 수치입니다. 각 선박을 탄소배출 효율 기준에 따라 A~E까지 등급으로 나누는데요. D등급은 3년 이내로 등급을 C등급 이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E등급의 경우 기한이 1년입니다. 기한에 맞춰 등급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선박은 운용이 불가합니다.
국내 선사들은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에 올해부터 데이터를 제출하고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퇴출과 관련해 자세한 지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부터 검사받고 시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선박마다 등급은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IMO 규정에 맞춰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최근 1만6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메탄올 선박 12척을 주문했고, 3위 해운사인 CMA GGM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에 투자한 상태입니다.
국내 컨테이너 선사 1위인 HMM도 올해 국내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선박유’의 시범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바이오선박유는 폐원료 기반 바이오디젤과 선박유(벙커C유)를 각각 3:7 비율로 섞어 생산한 연료입니다. 기존 선박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사용 가능해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HMM(011200) 관계자는 "바이오선박유를 사용할 경우 약 24%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 연간 전체 연료의 약 5~10% 수준까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HMM은 "CII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직접 보유한 사선 67척 중 1척을 제외한 99% 선박이 운항에 적합한 A~D등급 예비 판정을 받았다"며 "저속 운항, 고효율 프로펠러 교체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SS해운(044450)은 2016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발간하며 일찌감치 대비해 왔습니다. 석유·가스를 비롯한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는 화물을 싣고 다니다보니 ESG와 관련해 다른 업계보다 더 발빠르게 준비해야 했다는 설명입니다. KSS해운 관계자는 "화주들도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선사에 탈탄소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배출량부터 이를 관리하기 위한 거버넌스 관련 사항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친환경과 맞닿은 디지털 기술
디지털 기술은 친환경·자율운항 등 새로운 기술과 접목돼 선박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며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진화시킬 핵심요소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선박의 디지털화 비중은 올해 35.5%에서 2027년 5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스마트 선박의 경우 선박 내 모든 설비에 각종 센서가 부착돼 있어 센서에서 수집되는 1만여 가지에 달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고도화된 항해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으며, 선박의 유지 보수를 비롯해 최적의 운항 조건 제시 등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을 할 수 있게 됩니다.
HMM의 스마트 선박은 초대형선 20척 외에도 2024년 인도되는 1만3000TEU급 12척, 2026년까지 인도받는 9000TEU급 9척 등 향후 총 60척의 스마트 선박을 보유하게 됩니다.
선박종합상황실에서는 전 세계 바다 위에 떠 있는 스마트 선박들의 상세정보를 한 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는데요. 실시간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 식별하고 정보를 공유해 선박의 안전 운항을 지원합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는 결국 환경 규제와도 맞닿아 있다"며 "운항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해 어느 배가 어느 정도 rpm을 올리는 게 연료를 줄일 수 있는지, 탄소배출이 어느정도 되는 지 등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의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제공)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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