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올 한 해 식품 업계의 주요 화두는 '먹태깡', '탕후루', '제로 슈거(Zero Sugar)' 음료의 열풍입니다.
이들 제품은 어른들에게 익숙하거나, MZ(밀레니얼+Z) 세대를 겨냥하거나,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추구하는 등 타깃 수요가 명확한 것이 특징인데요.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최근 식품 업계가 비교적 실적 방어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 같은 히트 상품의 등장이 일조했다는 분석입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26일 출시된 농심 과자 신제품 먹태깡은 1주일 만에 100만봉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달 말에는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0만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과 신제품이 출시 반년도 안 돼 누적 판매량이 1000만봉을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생산량을 넘어서는 수요가 계속 유지됐다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먹태깡은 출시 후 초기에 정가(1700원)보다 5배가량 높은 가격에 각종 오픈 마켓에서 암암리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먹태깡이 높은 인기를 얻은 것은 술안주에 익숙한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까닭입니다. 저출산·고령화 세태가 가속화하면서 과자의 주 수요층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이동하게 됐고, 이를 간파한 업계가 맞춤형 제품을 내놨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올해 꼬치에 작은 과일을 꽂고 녹인 설탕물을 입힌 탕후루도 MZ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달콤함과 새콤함이 결합된 탕후루 특유의 맛과 알록달록한 시각적 요소가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수요층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탕후루는 다른 음식과 달리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제조가 쉽고,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 빠른 속도로 매장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달콤나라앨리스가 운영하는 왕가탕후루의 매장 수는 지난 2021년에는 11개, 작년까지는 43개 정도였지만 올해 약 420개로 전년 대비 10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올해에는 제로 슈거 음료의 열풍도 두드러졌습니다. 건강 관리와 함께 먹거리를 즐기는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업계가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제로 슈거 제품의 라인업을 대폭 확장한 까닭입니다.
제로 슈거 라인업 경쟁은 탄산음료를 시작으로 주류, 제과까지 영역이 전방위로 확장됐는데요. 칼로리 걱정은 덜면서도 맛은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올 한 해 식품 업계는 유통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는데요. 먹태깡, 탕후루 등과 같은 메가 히트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진 점이 한몫했습니다.
다만 이들 상품이 내년에도 인기가 이어질지는 다소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저트 시장은 지속적인 다변화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특히 먹태깡이나 탕후루 등은 건강과 관련해 염려되는 이슈가 있는데, 새로운 트렌드의 대체품이 나온다면 현재와 같은 열풍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업계는 다른 업계 대비 신제품을 많이 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인기를 얻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반응이 올 경우 더 많은 공급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경기 불황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예고된 만큼, 고객 반응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하는 식품 업계 트렌드 역시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농심 과자 먹태깡을 고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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