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론회 제목이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인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어디로 가야 하나’가 아니라 ‘어디든 가긴 갈 수는 있을까’를 토론해야 할 것 같습니다.”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나온 사회자의 발언입니다. 이 발언이 나온 연유는 바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때문입니다.
사회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수처가 태어나선 안 된다고 말한 인물이 여권에서 미는 차기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수처를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이날 토론회는 출범 3년이 됐음에도 그 성과나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법과 제도적으로는 무엇이 개정돼야 하고, 운영 측면에서는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자리였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일부 이견도 있었습니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도 각각 달랐습니다. 현 공수처 구성원들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발언들에는 애정이 담겼습니다. 어떻게든 공수처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각자 제시하는 분석과 해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동일했습니다. 차기 공수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판사 출신이냐 검사 출신이냐를 떠나 공수처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입니다. 차기 공수처장에게 반드시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공수처에 대한 ‘애정’을 꼽은 겁니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규 부위원장에게 그런 애정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는 판사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개업을 하고 2021년 쓴 책에서 공수처를 ‘괴물기관’, ‘이질 분자’라고 평했습니다. 비판을 넘어선 비난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치적 중립성도 의심됩니다. 그의 정치적 편향성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지난 대선엔 윤석열 대통령 지지 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그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모임 창립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원수를 ‘시해’하거나 권좌에서 물리는 걸 두고 반역이라 볼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판사를 역임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김 부위원장을 유력 후보로 밀고 있는 추천위원들의 의도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을 통해 처음 공론화된 이후 수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 25년 만에야 설치된 공수처를 없애려는 의도라고밖에 해석이 안 되는 건, 저의 착각일까요. 10일 열린 토론회 사회자의 우려처럼 공수처가 어디로든 가긴 갈 수는 있는 걸까요.
유연석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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