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타강사 모의고사에 나온 지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교육부가 경찰에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하는 등 뒤늦게 후속 조치에 나섰습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수능 지문의 중복 출제 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재발 방지 마련에 나섰습니다.
2023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영어 23번 지문.(사진=연합뉴스)
수능 영어 23번 문항…일타강사·EBS 감수본에도 담겨
논란이 된 지문은 2022년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입니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는데 수능이 치러진 이후 문항 유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과원은 우연의 일치라며 의혹을 일축했지만 해당 책이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능 직전 일타강사의 모의고사에 실렸고,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담겼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교육부는 일타강사가 현직 교사 4명과 문항 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결국 일타강사와 현직교사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6월 윤석열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척결하겠다고 밝힌 이후 또다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수능 출제 단계부터 검토 과정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만 확인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유통되는 사설 모의고사까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확대키로 했습니다.
또 이의신청 제도도 보완됩니다. 이전까지는 문제·정답 오류 자체에 대한 이의신청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앞으로는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유사성에 대해서도 이의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 카르텔' 척결…정부 고위관계자도 유착
교육부가 사교육 업체와 현직 교사들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한 와중에 일각에서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사교육 업체 주식을 보유하거나 최상위권 대학 입학 사정관이 사교육 업체로 이직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11일 '사교육 카르텔 타파, 이젠 제대로 하자. 척결이나 유착이냐' 세미나에서 현직 교수들과 입학사정관, 국회의원들이 사교육 업체와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양 교수는 "정부에서는 사교육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를 받으면 조사하는 수동적인 수준"이라며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사교육 카르텔을 타파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교육 연속 세미나 '사교육 카르텔 타파 이젠 제대로 하자'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