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공사비 상승과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도시정비 사업장이 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선별적 수주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정비사업장의 입찰을 꺼리면서 생기는 일입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과거 호황기라면 수주 경쟁이 불이 붙었을 서울 강남권 사업지도 불황의 늪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건설사들이 얼어붙은 건설·부동산 시장 탓에 우수한 입지의 사업장이라도 수익성을 먼저 따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건설사들은 미응찰 사업지를 전략적으로 입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사업장들은 공사비 인상에 대한 갈등도 적고 조합 측이 오히려 인상된 공사비를 역제안하는 경우도 있기에 틈새시장으로서 매력이 충분할 수 있습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진행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최소 14건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미응찰 단지로는 서울 강남구 신반포 27차 재건축정비사업을 비롯해 △서울 구로구 한성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서울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정비사업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경기 시흥시 시흥5동1구역 919번지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경기 부천시 심곡동 무지개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부산 사하 괴정3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입니다.
신반포 27차 재건축 사업의 경우 지하철 3호선 잠원역 역세권이라는 호재에도 210가구 조성이라는 소규모 사업 특성으로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으며 지난 22일 열린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습니다.
신반포27차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네이버 부동산)
지난달 재건축사업 현장 설명회에는 8곳의 건설사가 참여했습니다. 다만 막상 입찰이 시작되자 응찰한 건설사는 없었습니다. 건설·부동산 시장의 대내외적 악재를 감내하며 응찰하기에는 수익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라면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 하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다. 비록 승자독식 구조이지만 브랜드 홍보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요즘 같은 불황기에 대형사들은 우수한 입지와 대단지 등 뚜렷한 사업성을 가진 곳에 선별적으로 입찰할 수 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입지가 뛰어나더라도 소규모 단지라면 사업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처럼 유찰을 거듭하는 사업장을 틈새 시장으로 보고 전략적 접근을 하는 건설사도 있습니다.
문래동 남성아파트 단지 모습(상),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 투시도(하) (사진=송정은 기자, 한화건설 부문)
한화건설 부문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문래동 남성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2022년 재건축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이후 무려 6번의 도전 끝에 시공사를 구한 것입니다.
공덕현대아파트 단지 모습(상), 공덕현대아파트 재건축 투시도(하) (사진=네이버 부동산, 한화 건설부문)
또 한화건설 부문은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공덕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도 선정됐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의 경우 공사비 인상에 대한 갈등도 비교적 적고, 조합 측에서 공사비 인상을 오히려 역제안하는 경우도 있어 틈새 시장으로서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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