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에 기업 '유턴'…리쇼어링 지원, 실효성 '의문'
리쇼어링 투자보조금 570억→1000억 '증액'
법인세도 10년으로 '연장'…실속은 '물음표'
"투자 대비 고용 2배 적은데…정부 지원만"
"한국 토지·노동 비싸…세제혜택 효과 의문"
2024-01-28 12:00:00 2024-01-28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창출 기업의 국내 유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보조금 예산을 1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합니다.
 
해외 경쟁 시장에서 밀려 돌아온 소규모 '리쇼어링(Re-Shoring·해외진출 기업 국내 이전)' 기업이 국내기업보다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2배 이상 낮은데도,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첨단전략산업·공급망핵심 분야 등 고부가가치 기업의 유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편성한 투자보조금 1000억원을 본격 집행합니다. 지난해 정부는 투자보조금 예산 570억원을 편성·집행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이를 2배가량 늘려 잡은 것입니다.
 
법인세 감면 기간도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유턴기업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단, 이 같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장의 청산·양도 또는 생산량을 25% 이상 축소하고 국내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리쇼어링 지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합니다. 외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경쟁력 낮은 기업의 유턴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리쇼어링 기업의 특징과 투자의 결정요인' 보고서를 보면 리쇼어링 정책 실효성의 부족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리쇼어링 기업은 다국적 기업 중 규모가 작고 노동집약적이며, 생산성이 낮고 해외 생산 경험도 부족한 기업들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순투자액 대비 순고용도 10억원당 1.17명 수준으로 순수 국내기업이 동일한 금액을 투자했을 때 나타나는 순고용 2.48명보다 2배 이상 적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리쇼어링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1조1300억원이다. 투자 금액 대비 지원금액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보조금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첨단전략산업·공급망핵심 분야 등 고부가가치 기업의 유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편성한 투자보조금 1000억원을 본격 집행한다. 사진은 인천신항 모습. (사진=뉴시스)
 
KDI 측은 공급망 안정화, 제조업 경쟁력 유지, 고용 촉진 등의 정책 목적은 리쇼어링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기업의 국내화가 아닌 '생산의 국내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은 기업의 복귀를 장려하지만, 해외투자 축소 조건이 없습니다. 또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에도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정책을 통해 리쇼어링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수준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토지와 노동 비용이 비싸다.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해도 유입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과 들어올 경우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500억, 1000억원을 지원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들어온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성장 발판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첨단전략산업·공급망핵심 분야 등 고부가가치 기업의 유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편성한 투자보조금 1000억원을 본격 집행한다. 사진은 화물선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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