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본격화기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우려의 시선이 가득합니다. 가뜩이나 800선 밑으로 주저앉아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 코스닥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코스피 5.96% 떨어지는 동안 코스닥은 7.77%↓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닥은 전일 대비 2.40% 떨어진 799.24로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795.66) 이후 약 두달 만에 800선 아래로 추락한 겁니다. 반면 코스피는 0.07% 약보합세 수준에서 장을 끝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월 두 시장의 출발은 사뭇 달랐습니다. 코스피는 올해 개장 첫날인 1월2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는 등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4거래일 동안 지수가 올랐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언팩 행사,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 일정 공개 등이 열리며 인공지능(AI)와 소프트웨어 섹터에 활기가 넘쳤습니다. 반도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업종의 상승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1월 중반이 넘어가면서 달라졌습니다. 코스닥의 낙폭이 코스피보다 커지며 월간 성적이 뒤집힌 것입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월 한달 간 5.96% 하락했고 코스닥은 7.77%나 빠졌습니다. AI, 소프트웨어 등 테마주가 급락세를 보인 여파입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같은 경우엔
삼성SDI(006400)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베터리 셀 업체들에 대한 낙폭 과대 인식, 밸류에이션의 현저한 하락으로 기술적 반등세가 나타났다"며 "또 코스피엔 2차전지 밸류체인 안에 화학, 철강 종목도 포함돼 있지만 코스닥은 AI 테마 후 2차전지 밸류체인이 전반적으로 힘을 못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밸류업 정책발 '저PBR 찾기 운동'…코스닥은 '소외'
2월에 들어선 코스닥 시장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필두로 주식시장에선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찾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PBR은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배 이하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단 뜻입니다.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는 '2024년 업무 추진계획' 발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장사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해 시장평가를 제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유사한 정책을 시행한 일본에서는 주가가 올랐습니다.
금융위는 2월 중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세 가지 축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산주 찾기가 벌어지면서 코스닥 종목들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피의 PBR은 0.91배에 머물러 있지만 코스닥은 1.77배로 1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최근 코스닥 낙폭이 더 큰 이유도 저PBR 테마가 형성되면서 코스닥을 팔고 코스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태에서 코스피 내 저PBR 종목 위주로 수급이 집중되다 보니까 코스닥에서 자금을 빼서 코스피에 넣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스피는 배당기준일을 미룬 기업들 덕분에 배당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반면 코스닥에선 1월에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 신주),
엘앤에프(066970) 등 대형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며 힘이 빠진 모습입니다. 주도주를 잃은 코스닥은 인덱스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 이탈이 우려됩니다. 시차를 두고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1월 코스닥 대형주 지수는 12.40%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코스닥은 2월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김 연구원은 "2월 코스닥에선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얘기가 나오겠지만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며 "코스피가 투자하기엔 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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