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에 안착하고 있는 걸까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으로 파열음을 낸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 사건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결국 어떻게 처리할까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동남풍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는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총선 분위기는 어떨까요?
그래서 최형두(초선·경남 창원 마산합포) 국민의힘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21대 국회 초기 2020년에 원내대변인을 지냈고 현재 국민의힘 경남도당위원장인 그는 특별한 계파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위원은 한 위원장에 대해 "국민의힘에 보석 같은 기둥이 되었고,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그는 "한동훈 현상 때문에 이준석 신당 현상이 상당히 지금 많이 가려져 있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대해서는 "김 여사가 몰카 취재에 당한 굉장히 억울한 사건"이라며 "이 건으로 재판을 한다면, 독수독과론에 따라서 증거 자체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권이 대통령 사과를 운운하던 여권이 '김건희 피해자론'으로 태세를 전환하는 분위기와 같은 기조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까지 일제히 비판하고 있는 사안인 점에서 '피해자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최 의원은 서울대 재학시절 1984년 민정당사 점거농성사건으로 장기수배 끝에 구속됐던 학생운동 출신으로, 그 뒤 21년간 문화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을 거쳤고 노조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21대에 이어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최 의원을 지난달 31일 의원회관에서 만났습니다. 아래는 정치현안과 재선 도전 각오를 놓고 최 의원과 나눈 문답 요약입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에 보석 같은 기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재선 의원 도전자로서 총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지난 4년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아직 예비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신인들이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또 아직 국회가 끝나지 않았고 정치개혁특위 위원으로 선거법 협상도 해야하기 때문에 아직은 선거운동을 할 겨를도 없네요.
그간 '마산해양신도시' 인공섬에 전국 최초로 디지털자유무역지역 지정을 받는 노력을 했고 성과를 거뒀어요. 마산은 지난 1970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곳인데요. 현재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제2 자유무역지역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초에 지정을 받았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경상남도, 창원특례시와 함께 디지털자유무역지역을 만들어 가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겁니다.
"경부울, 단순히 '우리 편' 밀어주는 곳 아냐…김해·양산, 민주당 바람"
-경남도당위원장으로서 이번 총선에서 동남풍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는데요. 체감상 최근 부울경 지역 여론은 어떻습니까.
경남에서는 보통 경부울이라고 합니다.(웃음) 민주주의의 자부심도 높고, 노동조합도, 시민사회도 강한 곳이거든요. 그래서 경남은 단순히 '우리 편이다'라고 해서 밀어주지 않아요. 단순히 정부를 도와달라는 동정과 호소로 당선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이라든지 디지털자유무역지역 지정처럼 새로운 정책과 비전으로 경남을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남풍을 불러일으켜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쳐보려고 합니다.
-PK 지역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고, 현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존재가 부울경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김해와 양산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계속 배출하고 있는 거죠. 김해 지역구 두 곳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정착하면서 민주당의 바람이 정착된 거예요. 양산은 지금 김두관 의원이 있고요. 지금은 상수처럼 됐다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이 마찰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찬으로 정리된 건가요.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수평 관계냐 수직 관계냐로 정리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는 2인3각 관계입니다. 이번에 관련 보도를 보면 대통령실 쪽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공정한 룰이 아닌 사천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 같아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해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른 하나는 이른바 명품백 문제인데요. 그 문제는 대통령실이 아마 여러 방식으로 진실을 밝힐 준비가 돼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준석 신당은 많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명품백 동영상, 독수독과 따라 증거도 안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의 성격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함정취재라고도 할 수 없는 불법 몰래카메라입니다. 선대의 친분을 활용해 억지로 접근해 선의를 악용한 것이죠. 더군다나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것 자체의 의도가 명백합니다. 이번 사건이 재판으로 이어진다면 불법적으로 함정에 빠트린 것이기 때문에 독수독과론에 따라 증거 자체가 안 됩니다. 김 여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사안이죠. 대통령실에서는 그간 불법적인 방법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은근한 무시' 전략을 취한 것 같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걱정은 대통령실의 체계가 이렇게 허술하냐는 거예요. 재발 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2부속실을 설치하거나,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방식이 있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장모도 구속돼 있고, 처남도 기소돼 재판받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가족도 예외 없이, 성역 없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체된 사이 한 위원장은 지지도가 오르는, 소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올 때 내부에 신중론도 있었습니다. 선대위원장으로 해야 된다는 거였습니다. 비대위원장으로 여의도 정치에 너무 일찍 들어오면 하드랜딩(경착륙) 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강감찬 장군을 고려전쟁에 써야지 임진왜란 때 쓰려고 기다리겠다는 거냐는 말이 나왔고, 중진·원로들 사이에서도 당 수습이 필요한 만큼 비대위원장으로 빨리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 달을 보면 우리 당에 정말 보석 같은 기둥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당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기수가 됐고,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대까지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통령이 임기가 3년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늘 아래 태양이 2개일 수는 없다'라는 얘기도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한배를 탄, 2인3각을 해야 하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특별한 관계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만약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이후 국정운영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합니다.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민의힘이 새로운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준석 신당은 많이 가려지게 될 거예요. 이미 '한동훈 현상' 때문에 많이 가려져 있기도 하고요.
"민주당,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선택할 수밖에"
-지난달 14일 언론인터뷰 보니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예요. 사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성공한 나라가 없어요. 거기다 민주당도 지금 자의든 타의든 위성정당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말로는 위성정당을 막겠다고 하지만, 스스로 ‘위선정당’을 만드는 꼴이 되는 거죠.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두 차례나 위선에 빠질 수는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윤 대통령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 바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렇고 우리 당의 상당수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가장 적합한 선거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일보 시절 동료였던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상대 당이기는 하지만, 정치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공영운 사장은 정치가 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기업을 죄악시해 왔던 만큼 앞으로 공영운 전 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의 공영운 사장 영입을 환영합니다.
대담=황방열 선임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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