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뤄질 경우 '비대면 진료 확대'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제기한 '전공의 집단사직서 제출'과 관련해서는 '가짜뉴스'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의사단체들의 전면적 집단행동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면서도 의료계와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비한 계획을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인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비상진료 대응계획을 마련해놨다. 군 병원을 활용한 응급실 이용과 공공의료기관들을 활용한 응급체계 대응, 기존 인력들이 조금 더 시간을 내서 진료 시간을 확대하는 것 등 모든 대책을 준비해 가급적 진료에 지장이 없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설명회에서는 "2035년이 되면 의사 100명 중 20대는 4명이 채 안 되게 된다. 2000명 규모의 (의과대학) 증원 없이는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대 증원 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사단체 주장에 대해서는 "1980년대 주요 의과대학의 개별 정원은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다"며 "서울대 의대의 경우 당시 정원은 260명이었고 현재는 그 절반 수준인 135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부산대도 208명에서 125명, 경북대도 196명에서 현재 110명으로 당시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반면 교수 수는 훨씬 늘어나는 등 의대 교육 여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시행할 계획입니다. 기초의학 등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수련 과정에서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도록 수련제도 개선이 대표적입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차관은 "의학교육의 질 문제는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대 증원 없이 2047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는다는 의사단체 주장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습니다.
박 차관은 "2047년에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다"며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1명이며, 의사 1만명이 늘어도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3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지부는 개별적 사직을 빙자한 집단 사직서 제출에 대해서는 민·형법을 언급하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도 집단행동 사태를 막기 위해 의사단체와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차관은 "전날 개별적 형태를 띤 집단 사직서 제출로 진료 공백을 발생시키겠다는 가짜 뉴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사직이 실제로 이뤄진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러한 행동은 지금도 묵묵히 환자의 곁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사전에 모의된 사직이 연속해서 일어나 병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 등 진의 없는 의사표시(사직서)는 민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된다.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병원에서 다툴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병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형법에 저촉될 수 있다. 신중을 기해달라"며 "정부는 전공의 파업 사태가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설득과 설명,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움직임과 관련해 근무 여건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36시간 연속근무제도'가 손질됩니다. 상반기 내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해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도 구성해 의견수렴에도 나섭니다.'
한편,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15일 전국 산발적 궐기대회를 진행합니다. 오는 17일에는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전공의는 '수련포기', 의대생 사이에서도 '동맹휴학(집단휴학)' 등 의료계 집단행동 움직임이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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