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코로나19 당시 국산 치료제 개발의 숨은 공신, 즉 생물안전3등급(BL3) 연구시설에 대한 실습·교육 공간이 국내 처음으로 마련됐습니다. BL3 연구시설은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을 비롯해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 국내 굵직한 바이오기업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BL3 연구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마련하는 등 미래 감염병에 대한 연구역량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BL3 연구 수요는 지속 증가하는 등 올해 국내 BL3 시설은 100곳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바이오산업계 종사자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 3년간 준비해 온 'BL3 실습교육시설'이 문을 열었습니다. 해당 시설은 고위험병원체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감염성 물질을 다루는 BL3 연구시설의 관리자, 사용자 및 유지보수 관계자를 양성하기 위한 곳입니다.
질병청은 생물안전시설을 1~4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인 BL1의 경우 대장균, 유산균, 비병원성 미생물 등 건강한 성인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병원체를 취급합니다. BL2에서는 콜레라, 이질균, 클라미디아 등을 실험합니다.
BL3부터는 메르스, 사스, 원숭이두창, 탄저균 등 발병 시 심각할 수 있으나 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취급하는 실험이 이뤄집니다. 가장 높은 단계인 BL4에서는 발병 시 증세가 치명적이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실험을 진행합니다. 에볼라, 마르부르크 바이러스 등이 BL4에서 다루는 병원체에 속합니다.
지난 27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생물안전3등급 실습교육시설 개소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교육시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수준 높은 안전교육…감염병 연구 '고삐'"
질병청은 BL3 실습교육시설을 운영을 통해 고위험병원체 취급에 필요한 법정의무교육, 관리자 및 사용자 교육을 개설합니다. 완성된 BL3 교육시설이 미래 감염병 백신·치료제·진단키트 등의 개발을 위한 연구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7일 BL3 실습교육시설 개소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기존 이론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 생물안전관리자와 연구자들이 BL3 시설과 똑같이 만들어진 실습교육장에서 수준 높은 생물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BL3 운영기관의 역량과 연구자들의 역량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위험병원체 관리제도 규제 완화에 대한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해외 사례를 분석해 인체 위해도에 따라 등급화하고 차등해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7일 질병관리청 한 연구원이 생물안전3등급 교육시설 내부에 비치된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바이오기업 적극 활용…백신·치료제 개발 '뒷받침'
BL3 연구시설은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창궐 당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의 개발 및 연구를 위해 활용됐습니다. 질병청은 BL3 시설을 갖추지 못한 산·학·연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43건의 연계 지원을 해왔습니다.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를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진 셀트리온을 비롯해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 국내 굵직한 바이오 기업들이 질병청을 통해 BL3 시설을 활용해 왔습니다. BL3 연구시설은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당시 국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고위험병원체를 활용한 감염병의 진단 및 기술 개발 활성화를 위해 생물안전 연구시설이 없는 개인이나 민간사업자도 사용계약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한 것은 코로나19 당시 규제혁신 우수 사례로 꼽힙니다.
BL3 연구시설은 코로나19 국가 위기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됐고, 2015년 54개소였던 BL3 시설 수는 2018년 68개소, 2023년 92개소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질병청이 현재까지 승인한 BL3 시설은 현시점 기준 100곳입니다. 심사가 예정된 곳까지 고려하면 올해 국내 BL3 시설은 100개소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지영미 청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연구 활동에 필요한 생물안전 연구시설의 건립·운영은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며 "한국도 감염병 진단과 백신·치료제 개발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는 높은 수준의 국가 생물안전 체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7일 질병관리청 한 연구원이 생물안전3등급 교육시설 내부에 비치된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BL3 민간연계 확대…"활용도 높인다"
그동안 질병청은 코로나19 병원체만 BL3 연구시설을 민간 등에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를 고위험병원체를 포함한 모든 감염성 원인 병원체로 확대 지원합니다.
연구목적도 기존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국한된 것을 '보건의료 용도 연구 개발'로 보다 폭넓게 정의했습니다. 백신·치료제 외 '검사키트(진단제품)'의 연구를 위해서도 BL3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시설 활용도 높이기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과제선정의 공정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타당성 검토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합니다. BL운영기관이 추천한 3명, 한국바이오협회가 추천한 1명, 질병청이 추천한 1명 등 총 5명의 전문가가 연구목적, 연구가설의 과학적 근거, 선행연구 등의 내용이 담긴 BL3 시설 사용 신청서를 평가합니다.
단,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해 BL3 시설 보유기관의 자체 규정에 따라 사용료 또는 시험의뢰 수수료 등을 부과합니다. 질병청은 분기별로 이메일 또는 공문을 통해 BL3 신청서를 접수받고 있습니다.
지영미 청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신종감염병 대비·대응을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국가 인프라와 훈련된 인력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미래 팬데믹에 적극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송=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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