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Intervention)을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ILO 협약의 예외규정을 들어 반박에 나섰습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립니다. 다만 강제노동이 인정된다 해도 정부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ILO 제29호 협약 제2조2항에서 규정한 강제노동의 적용 제외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전협은 전날 ILO에 긴급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정부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귀를 압박하는 것은 ILO가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ILO 29호 강제노동 협약은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한국 국회는 2021년 2월에 해당 협약을 비준한 바 있습니다. 29호 협약 제2조1항은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언급한 제2조2항에서는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 등을 강제노동 적용의 제외요건으로 규정했습니다. 병역의무에 따라 강제되는 군사적 성격의 노동이나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된 노동 등도 예외조건으로 인정됩니다.
강제노동 금지 협약의 제외요건에 대한 인정 여부가 관건입니다. 의료계와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수련병원과의 계약일 뿐, 다른 이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중대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측 조진석 오킴스 변호사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자체를 무효로 보는 정부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고, 이 자체가 위법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사직과 자유의사에 반해서 규제를 계속하는 건 ILO 협약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법도 위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근로계약 유지돼 진료의무 인정” 지적도
ILO 협약 제외요건을 떠나 의사들이 가진 ‘진료독점권’으로 인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의료법 27조1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서 의사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했다”며 “의사들은 진료독점권을 가져 진료의무도 함께 지는 것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위법하다는 논리는 잘못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더구나 민법 660조는 근로자가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1달 전까지는 근로계약이 유지되는데, 정부의 진료유지명령은 효력이 있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LO가 강제노동으로 인정해도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지도 의문입니다. 고용부도 “전공의들의 의견조회(Intervention)는 공식적인 감독기구에 의한 감독절차가 아니”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였음을 ILO 사무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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