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매섭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더욱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탄소 저감 기술력을 제고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서 온실가스가 나오는 형태는 간접 배출과 공정 배출, 직접 배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간접 배출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어 공정 배출, 직접 배출 순입니다. 간접 배출은 장비의 가동·가열·냉각 등에 전기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온실가스를 의미합니다. 공정 배출은 식각·증착·세정 등에 활용하는 화학 물질이 공기로 배출되는 것을, 직접 배출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업계 한 종사자는 "현재 다양한 산업에서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 생산부터 유통,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저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석유화학, 철강과 더불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탄소저감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는 삼성·SK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2050년까지 직·간접 탄소 순배출을 제로(0)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방안의 하나로 탄소저감 기술 개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혁신 기술을 적용한 탄소 배출 저감 시설에 집중 투자할 방침입니다. 현재 회사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LNG 등 연료 사용에 따른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대폭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 시설을 라인에서 확충할 방침입니다.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확대하고, 전기열원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기술 혁신을 통한 공정가스 저감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가스는 수명이 길고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에 회사는 지난 2022년 제조·기술담당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온실가스 저감 활동을 본격화했습니다. 공정에서 생기는 가스와 화합물을 가장 먼저 제거하는 1차 스크러버 효율 개선도 추진했습니다. 해당 신규 설비도 개발 중이며,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처리 시설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자원 재활용으로 온실가스 감축한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최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반도체 필수 원료인 네온(Ne)가스 재활용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재활용 네온가스를 반도체 공정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네온가스를 재활용해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 투입되는 네온은 엑시머 레이저 가스의 주재료 중 하나로, 공기 중에 0.00182%밖에 포함돼 있지 않은 희귀 원료이기도 합니다.
DS부문은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버려지던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2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반도체·집단에너지 산업 간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저탄소화 협약'을 맺었습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온도가 30도에 달합니다. 양사는 히트펌프를 활용해 따뜻한 폐수를 지역난방 열원으로 활용하는 신기술 시범 사업을 연내 착수합니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재활용·재생가능 소재를 제품 생산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에서 재활용 소재가 사용되는 비율을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는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구리와 주석, 금 등 일부 금속 소재부터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금속 소재는 메모리 반도체 완제품 중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도 어려워 재활용 시 자원 순환 측면에서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완성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는 등 자원 순환을 실천하기 위한 전방위 노력에도 나섰습니다. 회사가 직접 구매하는 재활용 소재에 대해 인증 절차와 품질 평가를 강화하고, 협력사가 납품하는 부품 소재도 품질 평가서를 제공받아 검토한 후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ISO 14021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의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 검증·인증에 협력사들의 동참도 유도할 예정입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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