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카카오(035720)가
에스엠(041510)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SM엔터의 영업가치가 3분의 2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카카오는 SM엔터가 가진 음원,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 비즈니스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었으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입니다.
2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SM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1390억9360만원을, 카카오엔터는1449억4099만원을 반영했습니다. 합산 금액은 2841억원 가량인데요. 영업권은 기업 간 인수합병(M&A)에서 인수된 기업의 장부가격(순자산가치)과 인수금액의 차이로, 카카오그룹이 SM의 기업가치를 높게 보고 '웃돈'을 얹어줬다는 의미입니다.
카카오는 매년 영업권 손상 검사를 실시해 손상 차손을 즉시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손상 차손은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건데요.
카카오의 지난해 종속기업 손상 차손 합산 금액은 2637억8661만원으로 이 중 절반을 SM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전해인 2022년 종속기업 손상 차손 합산 금액은 706억2557만원이었습니다. SM 때문에 카카오는 1년 만에 영업권 손상액이 3.7배 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하이브(352820)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SM을 1조3950억원에 인수, 영업권으로 8330억원을 반영했습니다. 카카오그룹이 SM에 웃돈 8330억원을 주고 인수했는데, 장부상 가치가 2840억원 떨어진 겁니다. 1년 만에 영업가치가 33%나 하락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영업권 손상 차손은 SM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발생했습니다.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SM은 광고 및 콘텐츠 관련 계열사 등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SM 브랜드마케팅 신규 편입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종속회사 지분 가치 하락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 때문에 SM은 연결 기준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에서 기존에 제시했던 3개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동안 카카오가 공격적인 M&A를 진행해온 탓에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카카오 주주총회에서는 SM 인수로 인한 영업권 지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SM 인수 이후 영업권에 대한 손상 평가가 비교적 빨리 반영됐는데, 감사 의견대로 주가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면 향후에도 주가 변동에 따라 손상 평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한 카카오엔터 직원은 "인사 고과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아도 인센티브는 역대 최저"라며 "이게 다 SM 때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사옥(사진=에스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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