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 ○○저축은행에서 기업여신업무를 담당하는 단시간 근로자 A씨는 생일날인데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옆자리 직원은 생일날 축하금 10만원을 회사로부터 지원 받았으나 정규직이 아닌 A씨는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직원들은 매월 자기계발비 20만원, 건강검진비 30만원, 명절선물비까지 지원받았지만 A씨는 비정규직 차별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 △△카드사에서 임원 운전업무를 하는 운전기사 B씨는 연장 근로가 많았지만 연장근로수당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임원 운전업무라는 특성상 근로시간보다 더 일을 할 때도 많고 공휴일, 연휴도 단속적 근로자(대기시간이 많아 노동력의 밀도가 낮고 육체적인 피로나 정신적인 긴장이 적은 간헐적 근로 업무)인 B씨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지난 2월 26일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금융기관의 고용형태별 감독을 실시한 결과, 금융권의 비정규직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들은 고용형태를 이유로 식대를 차등 지급 받거나 통신비·귀향여비·의료보조금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받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금융기관정규직 차별·육아지원 등 위반 감독 결과'에 따르면 총 34곳에서 185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습니다. 이번 감독은 저축은행(26곳)·카드사(5곳)·신용정보회사(4곳) 35곳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조사 대상인 35곳 중 1곳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적발 내용을 보면 총 13곳에서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한 중식대·자기계발비 등 차별적 처우가 드러났습니다. 정규직에게는 중식대 월 20만원을 지급했지만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월 15만원 지급하는 등 총 291명에게 3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14곳의 육아지원 위반도 드러났습니다. 임신근로자 시간외 근로 등 18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된 겁니다. 특히 임신근로자에게는 시간 외 근로를 지시하거나 배우자 출산휴가를 과소하게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건에서는 성희롱도 있었습니다.
최저임금 미달 지급 등 금품 미지급은 25곳에서 50건이 적발됐습니다. 지급하지 않은 규모는 4억5400만원으로 949명에 달합니다. 수습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90% 미만을 지급하거나 연차수당·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건이 많았습니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금융기관정규직 차별·육아지원 등 위반 감독 결과'에 따르면 총 34곳에서 185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사진=고용노동부)
고용부는 적발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성희롱 발생 사업장에는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와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감독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및 육아지원 위반 근절을 위해 기획 감독을 연중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감독을 통해 확인된 주요 위반 사례를 배포해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저출생·고령화에 직면해 있고 산업·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급변으로 고용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고용형태의 근로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눈치보지 않고 육아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정한 노동시장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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