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된
티에스넥스젠(043220)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새로운 최대주주가 경영 안정화보다 티에스넥스젠의 메자닌(주식연계채권) 지배력 확보를 노리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티에스넥스젠 대표를 맡은 정석영씨는 과거 다양한 상장사에서 활동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그가 과거 경영에 참여했던 상장사 상당수는 상장폐지 된 상황입니다.
한달간 2차례 최대주주 변경…전 경영진과 접점 눈길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에스넥스젠은 지난 3일 최대주주가 ‘티에스바이오’에서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습니다. 티에스넥스젠은 최근 한달간 최대주주가 2차례 변경됐습니다. 지난달 기존 최대주주였던 ‘티에스제1호조합’이 해산하면서 티에스바이오가 최대주주에 올랐고,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은 지난 3일 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티에스넥스젠 인수에 나선 것은 지난 2월부터입니다. 당시 80억원 규모의 유증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죠. 유증은 4차례 지연된 끝에 65억원 규모로 줄어들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유증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티에스넥스젠 인수를 위한 합의는 완료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티에스넥스젠은 유증 준비와 함께 이사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결의를 공시했는데요. 유증이 완료되기도 전 새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던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 측 인물들이 이사진에 올랐습니다.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은 정석영 대표가 지분 50%이상을 보유한 최다출자자이며, 상장사
이엔플러스(074610), 이우진씨, 송준섭씨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석영씨와 이우진, 송준섭씨는 지난달 티에스넥스젠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 9일 정석영 대표가 티에스넥스젠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CB 몰아주기…재매각으로 투자조합 100억 이상 차익
티에스넥스젠은 최대주주 변경 예고와 함께 보유 중이던 자기전환사채 재매각에 나섰는데요.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오버행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티에스넥스젠은 지난 2월 500원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4월 들어 고점 기준 1191원까지 오르며 2배가량 올랐습니다.
티에스넥스젠이 150억원 규모의 10회차 전환사채(CB) 매각을 결정한 직후입니다. 해당 CB는 하일랜드투자조합과 시온투자목적조합에 각각 45억원, 105억원에 매각됐는데요. CB의 전환가액은 508원으로 이날 종가 911원 기준 79.33%의 차익실현이 가능합니다. CB를 인수한 투자조합들은 재매각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103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시스코바이오투자조합의 티에스넥스젠 인수 목적이 경영정상화보단 메자닌 지배력을 노린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해당 CB의 경우 발행 당시부터 콜옵션을 활용한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서 티에스넥스젠은 지난 2021년말 메리츠증권을 통해 1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발행 목적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사내 유보자금 확보’였습니다.
다만 해당 CB로 조달한 자금을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CB 발행 당시 발행액 100%를 국채 매입에 사용하고 담보로 제공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티에스넥스젠은 CB 발행 직후 메리츠증권에 150억원 규모의 CB 지급 담보 채무증권을 제공했습니다. 티에스넥스젠 입장에선 실제 사용하지도 못할 자금을 조달해 수수료와 이자만 제공한 셈입니다.
10회차 CB의 경우 주식 전환 청구 기간이 올해 12월까지인 만큼 빠르게 주식 전환 및 차익 실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 전환 가능 주식수는 2952만여주로, 총 주식수 대비 24.44%에 달합니다. 여기에 조합 해산으로 최대주주에서 물러난 전전 최대주주 티에스제1호조합의 450만여주와 특수관계인인 동구바이오제약의 229만여주 등 679만여주를 포함할 경우 시장에 당장 출회 가능한 물량은 발행주식총수의 30.07%(3632만여주)에 달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 전 회사 임시주총이 먼저 열린 만큼 M&A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조합해산 등으로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 추적이 불가능해 오버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티에스넥스젠 측은 새 최대주주의 경영권 인수가 CB 재매각 등을 통한 특정투자자의 차익 실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티에스넥스젠 관계자는 “유증 납입이 연기되면서 임시 주총이 먼저 이뤄졌지만, 이는 불성실공시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이전 경영진들과 새 최대주주 측 최대출자자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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