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효력이 25일부터 발생했지만,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대교수들은 5월 초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은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일부 의대에서는 교수들이 의대 학장에게 제출한 사직서가 대학 본부에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집단 사직이 다소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 현실화 가능성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 움직임 속 환자들 불안
25일 오전 10시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환자들은 평소와 다를바 없이 대기석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수들의 사직으로 진료가 늦춰질까 40분 일찍 출발했다는 환자들은 기다림이 길어져도 순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병원을 찾은 50대 이씨는 "여포성종양 판정을 받고 추적관찰 중이었는데, 다음 달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면서 "갑상선쪽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곳으로 온 건데, 다음 달에 수술해 줄 교수가 없으면 어떡할지 걱정이라서 오늘 진료 받으면서 교수님은 꼭 남아달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 보호자로 병원을 찾은 이모(27) 씨는 "의사를 더 늘리는 게 이렇게까지 병원을 떠날 일인지는 모르겠다"면서 "매일매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봐서라도 선생님들이 사직하겠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25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의대 교수, 사직 제출 한 달
이날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 사직서 제출 효력이 발생하는 첫날입니다.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이날부터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교수들은 병원 현장에 남아 있습니다. 사직서 제출 시기가 교수들마다 다른 데다, 외래 진료나 수술 같은 이미 잡혀있는 스케줄이 있어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보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연계하는 등 업무를 마무리하는 교수들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근무 종료 시점을 8월 31일로 잡고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사직서를 학장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대에 접수된 것으로 보고 진행할 수 있는 자문을 받았다"면서 "병원 규정에 따라 (교수들이 떠나는 시점은) 30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학장에게 전달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대학총장이나 병원장 등 결정권자에게 도달해야 사직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일부 의대에서는 아직 사직의 의사가 결정권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남대 의대와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 336명 중 200여명은 의과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총장이나 병원장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소속 교수 100여명의 사직서가 의대 학장에게는 주어졌지만, 대학총장에게까지 제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은 했지만, 대학측은 정식 접수 사례가 없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아울러 교수들의 뜻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주 1회 집단 휴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며 서서히 진료를 축소하고 나섰습니다.
서울대병원은 30일 하루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면적인 진료 중단을 시행한 뒤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연세대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전면 중단하고 다음 달까지 매주 하루 휴진을 하기로 결정했고, 성균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도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25일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 한시적 토요일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반쪽짜리 의료개혁특위 출범
이런 상황에 대통령 직속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의협과 대전협 등이 불참하면서 의사 단체 몫인 일부 위원 자리는 공석인 채 출범했습니다.
특위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수가 보상체계 개편 △비급여와 실손보험 체계적 관리 △대형병원 쏠림 해결 등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의료개혁특위 노연홍 위원장은 1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개혁은 시기상 더 이상 미룰 수 업는 과업"이라며 "갈등과 쟁점은 공론화하고,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통해 의견을 좁혀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의료개혁특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성남=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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