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6일 중국 기업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A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백아란 기자]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적발이 계속되지만 재발방지는 속수무책입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유출 시도가 집중되면서 수법도 지능화, 다양화 되는 데 비해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유출 범죄가 국가 기술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처벌 강도를 높이고 고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10일 국내 최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일당이 4년에 걸친 재판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징역형이 1년에서 2년6개월 정도에 그쳐 재발방지가 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빼돌려 취득한 부당이득에 비해 1년 남짓한 징역형은 경각심을 키우기에 부족하다”며 “중국에서 막대한 이득을 제공하는데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탈취 수법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후 기술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취득하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기술을 취득하는 등 다양합니다. 합법적으로 보이는 기업 인수 과정 속에 기술이 유출됐는지는 사실상 내부고발이 있어야만 적발 가능한 형편입니다. 따라서 유출을 방지하려면 사법적 처벌 강도를 강화하거나 고발에 따른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도가 그나마 현실적이란 지적입니다.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출 범죄는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반도체는 과거 중국이 산업 굴기를 천명한 이후 추격에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국내 업계는 내다봤지만 그보다 훨씬 빨라진 양상입니다. 이미 중국의 메모리 양산 기술이 범용은 자급화가 가능한 수준이며 톱티어급 칩 개발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보도가 현지를 넘어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삼성, SK에서도 중국으로의 인력 빼가기가 심각하지만, 그보다 대만에서 유출이 심각해 유출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과 엔지니어들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회사 전직 부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반도체 D램 제조 핵심 장비 기술이 중국에 새롭게 설립된 법인에 넘어갔다는 게 혐의 내용입니다. 앞서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업계에 충격을 준 사례도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19년 14건에서 2023년 2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영업비밀·기술유출 분쟁대응팀 소속)는 “기술 유출이나 영업비밀이 중국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고, 이는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시스템이나 기술력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 수준 높아졌지만, (인력 유출이나 산업스파이와 같은)물리적인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국가 산업의 중요 기술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법적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법원에서도 신속한 재판을 위해 영업비밀 관련 전담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영·백아란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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