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채상병' 특검 거부…공수처에 쏠리는 눈
지휘부 공백·적은 수사 인력 극복이 관건
2024-05-10 14:11:28 2024-05-10 21:37:58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검 통과 여부와 시기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수처의 부담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끝내고 최근 핵심 피의자들을 연이어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올해 1월에야 관련자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압수물을 분석하는 데만 3개월 정도가 걸려 수사가 더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겁니다.
 
공수처는 특검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팀 일정과 계획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특검이 개시되면 모든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하는 만큼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가 우선이다'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수처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듯 보이지만 '진상 규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은 채 더욱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 김계환 재소환 방침
 
공수처는 최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시작으로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차례대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김 사령관에 대해서는 조만간 재소환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 수사의 핵심은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겁니다.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채상병 사건 수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했거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통신 내역 조회를 통해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 지시 전 대통령실과 통화한 사실, 회수 당일 유 관리관이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피의자 소환 조사 때도 이 점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 수사도 불가피하단 관측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윗선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소환할 전망입니다. 대통령실이 연루됐다는 정황이 제기된 만큼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공수처의 의혹 규명 성공 여부는 석 달 넘게 공백 상태인 지휘부와 부족한 수사 인력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7일 진행되긴 하지만 취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외압 의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4부는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해 6명 남짓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말씀드릴 만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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