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넘긴 알뜰폰…지원축소·규제강화
22개 알뜰폰 업체 인증받은 ISMS, 알뜰폰 전체로 확대 추진
미인증 시 과태료 처분…알뜰폰 양지화 위한 필터링 역할
도매대가 협상 난항에 번호이동 수수료도 확대됐는데
허들 늘어나는 알뜰폰 시장,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
2024-05-27 15:42:25 2024-05-27 17:49:3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2년 알뜰폰이 도입된 지 12년만에 알뜰폰 이용자가 9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육성정책이 이어지면서 80여개의 사업자들이 생겨났고,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인데요. 정부는 알뜰폰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대포폰=알뜰폰'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알뜰폰 시장 양지화로 이미지 개선이 기대되지만, 일부는 시장 허들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합니다. 지난해 도매대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올해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고, 내년부터 중소·중견 알뜰폰업체도 전파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실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그림인데요. 시장 구조조정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알뜰폰 비대면 개통과정에서 부정개통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알뜰폰 비대면 부정가입 방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7조에 의거 매출 등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매출이 100억원 이상, 하루 평균 서비스 이용자수가 100만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ISMS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현재 80여개 알뜰폰 업체 가운데 22개 기업이 ISMS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김연진 과기정통부 정보보호기획과장이 27일 알뜰폰 비대면 부정가입 방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과기정통부는 ISMS 인증을 전체 알뜰폰 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소기업의 경우 간편인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소기업 기준인 매출 50억원 미만 알뜰폰 업체들이 해당됩니다. 이들이 간편인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7월 중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합니다. 김연진 과기정통부 정보보호기획과장은 "알뜰폰 업체의 전반적인 보안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관리부분 강화를 위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도 지정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ISMS 인증을 받지 않거나 CISO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계획 중입니다. 
 
업계는 알뜰폰의 보안역량 강화를 주문한 이번 대책을 자생력 있는 알뜰폰 업체 키우기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알뜰폰 시장 육성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경쟁력 있는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에 나섰다는 의미입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 ISMS 인증이 가능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규모 있는 사업자들"이라며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는 필터링 역할을 할 수 있어 시장 건전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지원축소·규제강화 프레임과 연결되면서 알뜰폰 시장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우 ISMS 인증을 위한 컨설팅을 받거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보완이 필요해 비용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최근 알뜰폰 업계 비용부담 이슈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달 1일부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번호이동 수수료 800원을 사업자에 부과하던 현행 정책에 더해 90일 이내 번호이동 시 2800원의 수수료 부과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대부분 무약정인 알뜰폰 업체들을 타깃으로 한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4월부터는 알뜰폰 개통시 오프라인 유통점 신분증 스캐너 사용 의무화 제도도 추진 중이죠. 올해까지 전면 감면한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들의 전파사용료도 내년부터는 점진적으로 부과됩니다. 전파사용료는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통신사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1회선당 연간 5000원 정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협상에 나섰던 도매대가도 내년부터는 개별 협상으로 진행됩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에 허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로, 실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중소 사업자들뿐 아니라 알뜰폰 시장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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