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내 '로펌 1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큰 사건에서 잇따라 완패,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김앤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선 최 회장 측을, 하이브-민희진 사건에선 하이브 측 변호인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원이 넘는 '역대급' 재산분할 하게 됐고,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쫓아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 측 의 기여가 상당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성장에는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면서 "SK 주식을 비롯해 원고 재산은 모두 공동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최 회장은 항소심을 앞두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 2명을 변호인단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1심 선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지급하게 된 겁니다. 특히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김앤장은 이날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서도 패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민 대표가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민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이브의 자회사 어도어는 31일 민 대표를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려고 했습니다. 이에 민 대표가 주총에서의 해임 찬성 투표를 금지해 달라고 법정에 신청한 건데요. 이를 위해 민 대표는 하이브가 지난해 3월27일 자신과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들고 나왔습니다. 계약에 명시된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없는 한 사내이사직 해임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민희진에게 해임사유 또는 사임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며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가처분 필요성으로는 주총 개최가 임박해 본안 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을 들었습니다. 잔여기간 이사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나중에 회복되기 어려운 점 등도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민 대표와 하이브의 다툼은 대형 로펌끼리의 대결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민 대표는 세종을, 하이브는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운 건데요. 결국 김앤장이 세종에게 패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4월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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