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갚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조8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린 데 이어 '돌려막기' 성격의 대출도 늘었습니다. 연체율 급등에 따라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진 카드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카드론 연체율은 10년래 최고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1조79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2% 급증했습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에 받은 카드론을 당장 갚기 어려워 카드론을 받았던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사실상 채무조정(만기연장)에 가까워 1금융권 등에서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과는 다릅니다. 당장 연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기간 전체 카드론 잔액은 비씨·NH농협을 포함한 9개 신용카드사 기준으로 39조9644억원인데 1년 전보다 7.3% 증가했습니다. 카드론과 카드론 대환대출이 모두 늘어 올해 카드론 잔액은 증가를 거듭할 전망입니다.
카드론 연체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3.4%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연체율은 8개 카드사 체제가 만들어진 2014년 11월(3.4%) 이후 최대입니다.
카드론 금리는 14~15% 수준으로 최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햇살론 금리(최대 연 11.5%)보다도 높습니다. 카드론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13% 후반대에서 14% 초반대 수준이었다 올 들어서는 14%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드론 연체율이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른 셈입니다.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도 2조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신용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대거 발생했던 2003년(4조4227억원), 2004년(2조5413억원) 이후 최대입니다.
결제성 리볼빙 잔액도 다시 늘고 있습니다. 리볼빙 잔액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줄었지만, 이 현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전업 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2226억원으로, 소폭이지만 전월 대비 97억원 증가했습니다.
결제성 리볼빙은 결제일에 카드 결제 금액을 다 내기 어려울 때 결제 금액의 최소 10%를 다음 달에 낼 수 있지만, 최대 수수료율이 19.9%에 달하는 고금리입니다. 리볼빙은 결과적으로 카드값이 늘어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데요. 금융당국은 리볼빙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이 '일부 결제', '최소 결제' 등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지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이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시스)
건전성 관리 나선 카드사
현재 카드사들은 실적 감소를 감수하며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등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전성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환대출 잔액을 조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카드가 그 사례입니다.
지난달 하나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369억원으로 전월 대비 299억원 줄었습니다. 지난 1분기 하나카드의 실질 연체율은 2.3%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실질 연체율은 카드론 대환대출과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의 비율입니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처럼 담보나 서류 등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빠르고 편하게 대출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자주 이용합니다. 저축은행에서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간편한 카드론을 찾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대환대출을 상생 금융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만큼 대출 관리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사가 고금리 장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생 차원에서 채무 재조정을 지원한 것"이라며 "1금융권 대환대출과 다르게 기존 카드론을 갚지 못해 받는 경우로 연체 우려도 높기 때문에 요즘처럼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은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실적 감소를 감수하며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등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문구.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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