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서울시청이 학교를 세울 땅에 공공공지로 만들고, 나중에 학교가 필요하면 공공공지 땅을 줄 테니 '동일가액' 재산으로 맞바꿔야 한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더구나 시청은 시교육청에 동일가액 재산 교환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무가내 일방통행을 해왔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시청이 초대형 재건축 호재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땅장사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1만2032세대 입주예정…학교용지가 공공부지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 아파트입니다. 올해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입주 세대는 무려 1만2032세대입니다. 단일 아파트로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 학교용지를 둘러싸고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둔촌주공 학교용지는 지난 2014년 8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교육청에 기부채납한 부지입니다. 학교용지로 사용하라고 재건축조합이 교육청에 준 건데요. 원래는 새 중학교를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4월 중학교를 건립 계획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심)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까 새 학교를 세우기보다 주변 학교로 인원을 분산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교육부 거부에 분교 추진…시청, 일방적 전환으로 갈등
교육부 중투심에서 중학교 신설 계획이 좌절되자 교육청과 재건축조합은 도시형캠퍼스(분교)와 인근에 있는 한산중을 이전하는 방안을 두고 저울질했습니다. 하지만 한산중 이전마저도 재학생 학부모들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교육청과 재건축조합은 도시형캠퍼스를 조성하는 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시청은 자체 방침에 따라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공공지란 주요 시설물이나 환경의 보호, 경관 유지, 재해대책,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 휴식 공간 확보를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을 말합니다. 공공공지로 지정되면 대체로 시민 휴식공간, 공원, 산책로 등을 조성하게 됩니다.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은 '정비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효율적 토지이용을 위한 학교시설 결정방안 개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문건은 지난해 10월11일 공개된 바 있습니다.
위의 문건에 나오는 방안이란, 시청이 필요할 경우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고 중투심 통과 후에는 공공공지를 다시 학교용지로 바꿔서 학교를 짓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교육청 소유의 동일가액 재산과 학교용지 교환"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이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한 후 다시 학교용지로 변경할 때에는, 공공공지를 그냥 학교용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교육청이 소유한 동일가액 재산과 맞바꾼다는 말입니다.
시청이 이런 내용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입니다. 이 조례는 지난 2월29일에 개정된 겁니다. 조례의 모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는 정비계획의 '경미한 사항 변경'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경미한 사항 변경에 학교용지와 공공공지 사이 전환을 넣어놓은 겁니다.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정문. (사진=뉴스토마토)
시청 "동일가액 재산 맞교환, 법적 근거는 없어"
시청이 이런 방침을 밝히자 교육청과 재건축조합 등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교육감은 학교 설립·경영, 설치·이전 등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면서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내 학교용지를 공공용지로 변경하면 중학교 도시형캠퍼스 설립 불가능해지므로 그 피해를 온전히 학생들이 받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공공공지와 학교용지는 등가교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공공공지 우선 지정 후 교육청 소유의 동일가액의 학교용지와 교환할 경우, 학교용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될 수 있다"면서 "시청의 내부 방침은 교육청이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시청에서 공공공지를 학교용지로 변경할 때 공공공지를 그냥 학교용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교육청이 소유한 동일가액 재산과 맞바꾼다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방침에 대한 법적 근거를 질의하자 시청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별도로 없다"며 "추진 계획에 대해서 쓴 것"이라고 답한 겁니다. 다른 관계자도 취재팀이 '동일가액 재산 맞교환'은 조례, 법, 시행령에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묻자 "법에 나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둔촌주공 학교용지 공시지가 1000억…시청, 시세차익 노려"
일각에선 시청이 둔촌주공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한 다음, 교육청에 동일가액 재산 맞교환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건 사실상 시세차익을 노린 땅장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교육청과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학교용지는 공시지가만 1000억원에 육박합니다.
실제로 시청 관계자는 "재산을 맞교환하게 되면 정산을 해야 한다"면서 "보통 서로 다른 기관이 각자 소유한 부지를 교환하게 되면 서로 감정평가라든지 해서 '너희 땅이 우리 땅보다 5억원 더 비싸니까 내가 5억원 더 주고 교환할게'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나중에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끝나고 주변 시세가 오르게 되면 학교용지 땅값도 같이 상승하게 될 텐데 그때 동일가액 재산으로 맞바꾸자고 하면 기존에 있는 폐교 부지를 교환하든가 아니면은 지금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폐교시켜 그 땅을 교환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시청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장사를 하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취재팀은 시청에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한 뒤 다시 학교용지로 변경해서 교육청과 동일가액 재산 맞교환을 하겠다는 건 결과적으로 시청이 땅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시청에선 "서울시 안에서 학교용지 총량이 증가할 필요성 없다. 저희는 (동일가액 재산) 맞교환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서울시로선 신혼부부 주택을 지을 땅 등 가용지가 필요하지 않느냐. 저희는 (그걸 위해서라도)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물가가 오르니까 토지 가격도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시청이 땅장사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안창현·신태현·박창욱·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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