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소위원장이 25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사찰 문건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고, 원전 감시활동이 방해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수원 사찰 문건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경희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소위원장은 이날 낮 경북 경주시 경주시청 앞에서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올해 초 한수원의 한 본부에서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소위원장인 제가 불륜녀로 의심된다는 사찰 문건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보고도 하고 외부로 유출시키기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올해 3월 월성3호기 화재 현장을 참관하려고 하자 이해관계인이라며 출입을 막았다"면서 "알고 보니 사찰 문건에 저는 '이해관계인'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25일 김경희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소위원장(사진 오른쪽)은 이날 낮 12시 경북 경주시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찰 문건을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김경희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소위원장 제공)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을 하는 동안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비상임이사를 겸직했기 때문에 문건에 이해관계인으로 적혔다는 겁니다. 아울러 입장문에 따르면, 한수원은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감시 활동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민간환경감시기구는 이날 오후 원전소위원회 개최를 위한 회의자료를 요청했는데요. 한수원은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중수 수출과 중수저장시설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3월 월성 원전 삼중수소 누설 관련, 한수원의 행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를 앞두고 차수막을 무단철거하고 물청소를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과 조사단원 일부가 물청소에 동참했다는 게 김 위원장 주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앞에 닥쳐진 원전 관련된 일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먼저 해결하겠다"며 "사찰 문건에 대해 개개인의 명예훼손뿐 아니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가능한지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어떠한 여성도 가장 강력하게 당할 수 있는 건 '불륜녀'(라는 낙인)"이라며 "몸무게가 10㎏ 빠지고 정신과 의사가 저를 진단한 결과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또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에는 한수원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임원급 직원도 있다"며 "외부 비상임이사가 무슨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주시장이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직을 해촉을 할 수도 있다"며 "(경주시장이) 판단했을 때 아니기 때문에 그냥 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생긴 이후 최초로 한수원이 입회도 하지 않고 회의 자료를 일체 제출하지 않는 최초의 회의가 오늘 있다"며 "중수 수출과 중수저장시설은 각각 수출하기 전, 시설 짓기 전에 민간환경감시기구에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건이 모두 누락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 5월27일자 기사 <
(단독)한수원 '의문의 문건'…'사찰' 의혹 증폭>를 통해 한수원의 고리 원자력본부에서 원전업계 인사 6~7명과 이들 간의 관계가 그려진 문건을 갖고 있었고, 내부에서 공유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문건에는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의 이름까지 등장합니다. 원전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개별 원자력본부 차원에서 진행할 수 없다며 더 큰 배후가 있을 걸로 의심하는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