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선정 '깜깜이'
증권사 선정 평가 조작 재발 우려
2024-06-27 06:00:00 2024-06-27 15:14:41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국민연금이 거래증권사를 선정할 때 평가를 깜깜이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체점수 및 세부 항목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측에선 선정결과를 통지한 후 각사별로 개별적인 비공개 미팅을 진행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증권사들은 대외적인 평판 때문에 국민연금 선정평가에 관한 내용은 일절 밝힐 수 없다며 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에 논란이 됐던 거래 증권사 선정 평가 조작이 재발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연금 "세부점수 공개안돼"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5일 국내 거래증권사 선정위원회에서 일반 거래증권사 26곳, 사이버거래 증권사 6곳, 인덱스 거래 증권사 15곳 등 47개 증권사를 선정해 통보했습니다. 
 
올해 상반기부터 일반거래 증권사를 기존 36개사에서 26개사로 줄이면서 탈락했던 NH투자증권(005940)유안타증권(003470), 유진투자증권(001200), LS(006260)증권, 현대차증권(001500), 흥국증권 등이 다시 거래 증권사로 선정됐습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DB금융투자(016610), SK증권(001510), 골드만삭스, 씨티증권 등은 탈락했습니다.
 
국민연금은 거래증권사를 선정할 때 평가기준대로 점수를 매기고 그에 따라 등급을 정합니다. 일반거래증권사의 경우 정량평가(85점)와 정성평가(15점)으로 구성됐는데요. 정량평가에는 재무안정성, 감독기관 조치, 법인영업력의 안정성, 리서치 정량·정확성 평가, 매매실행 및 기여도, 책임투자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세부 항목별 점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어떤 사유로 탈락했는지, 점수가 낮아진 것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정절차에 불만이 있어도 갑을관계에 있다보니 쉽사리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관별 세부 점수 및 배점에 관해)알려줄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며 "답변 줄 수 있는 사항은 공시되는 현황으로만 돼있다"고 말했습니다. 
 
슈퍼 갑 앞에서 꼼짝 못 하는 증권사들
 
증권사들은 선정기준에 불만이 있어도 국민연금과의 관계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의 증시 거래금액이 워낙 커 선정결과에 따라 브로커리지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탈락한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 SK증권, DB금융투자 등은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선정결과만 받았고, 세부 항목별 점수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락한 이유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어 당혹스럽단 분위기입니다. 
 
국민연금 측에서도 내부 규정상 선정경위 및 세부점수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 관계자는 "거래 증권사 선정 결과가 나오면 추후 각사별로 개별적인 대면 미팅을 진행해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과거 국민연금 직원들이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로비 등으로 평가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실제 이번에 다시 거래증권사로 복귀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시장에 퍼뜨렸다는 이유로 탈락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에 NH투자증권 출신 펀드매니저가 다수 근무 중이라는 점에서, 당시 국민연금과 우호적 관계인 NH투자증권과 투자은행(IB) 거래를 하도록 다른 기업들을 만나 마케팅에 적극활용했단 후문입니다. 이에 NH투자증권 측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에서 탈락된 이유에 대해 따로 언급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선정에서도 해당 사건이 해소됐는지 안됐는지를 언급하는게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기금위에서 거래증권사 현황만 공개하는 것으로 규정이 돼 있다"면서 "여러가지 이해관계자도 있을고 세부적인 점수를 일일이 바로 공개를 못하는 것은 연금이 가지는 시장의 영향력이나 파급 효과를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가조작 방지위한 투명성 강화
 
학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증권사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여부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또다시 직원들의 평가조작으로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들의 점수도 투명하게 공개해 기금운용 투명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국민들의 유일한 노후수단인 만큼 국민연금은 정부정책과 함께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면서 "증권사별로 점수가 공개되면 비교가 되기 때문에 점수가 높은 증권사로 쏠림 현상도 생기겠지만 전관예우 및 비리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들도 알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과거 2008년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평가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분기별로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주식거래 물량을 차등 배정(S·A·B·C등급)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개인적 친분이나 전관예우 등을 이유로 평가점수를 조작해 특정 증권사에 유리한 등급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거래 물량을 과다하거나 과소하게 배정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05.02.(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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