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ESG 밸류업)①외인 주식 비중 '뚝'…미룰 수 없는 ESG 공시
유럽 연기금, 기후기준 미달 기업 투자 배제
ESG 전문가 "글로벌 규제 맞춰 선제 대응 필요"
2024-07-08 06:00:00 2024-07-08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행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책임투자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필수라는 것인데요. 주요국들의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ESG 관련 실행 수준이 미흡한 기업들에선 이미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 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대응 미비 포스코, 외국인 지분율 '뚝'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POSCO홀딩스(005490) 지난달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27.80%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1월 평균 51.78%와 비교해 23.98%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3~69%대를 유지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3월 50% 밑으로 줄었으며, 작년 8월부터는 20%대로 낮아졌습니다. 작년 8월 포스코의 2차전지 투자 확대 계획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도 있지만, 시장에선 주요 이유로 ‘기후 리스크’를 꼽고 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의 주요 기업들은 최근 2년 사이 주가가 40~68% 상승했는데요.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높아졌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26%에서 40%대까지 오르며 14%포인트 올랐습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이미 2022~2023년 사이 최소 15곳의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홀딩스와 그 자회사를 규범 위반 및 기후 관련 우려로 투자 배제한 바 있습니다. 올해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로베코는 ‘기후 기준 미달’로 포스코홀딩스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으며, 포스코퓨처엠(00367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포스코DX(022100), 포스코스틸리온(058430) 등도 투자에서 배제됐습니다.
 
작년에는 스웨덴 투자은행(CB Fonder)과 북유럽투자기관(DNB)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덴마크 연기금마저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네셔널의 투자를 배제했습니다. 
 
포스코 역시 이런 리스크 요인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2023년 지속가능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정부, 투자자, 고객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기업의 평판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행 시기도 못 잡은 ESG 의무화…재계 "유예 필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ESG 관련 책임투자가 확산하면서 일부 기업에서 투자자 이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경우 아직 유럽 국가 등에 비해 관련 법 규정 등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2026년 이후부터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제계의 반발로 아직 의무화의 구체적인 시기조차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제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재계 곳곳에서 도입 시점 연기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달 21일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시행 전 5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습니다. 
 
당초 금융당국은 2021년부터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2025년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부터 의무를 부과하고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해 작년 10월 금융위는 ESG 공시 의무화를 잠정 연기, 2026년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ESG 의무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주장에도 근거는 있습니다.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개한 ESG 공시 기준서 초안에는 스코프3(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 배출량)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ESG 경영 도입이 쉽지 않은 곳들도 많습니다.
 
대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상장기업의 담당자는 “ESG 관련 컨설팅 비용에도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이 나간다”면서 “없던 비용이 나가는 것이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ESG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실사기업 1800곳 중 70.8%가 ESG 경영을 미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룬다고 능사 아냐…선제적 대응나서야"
 
업계 전문가들은 ESG 공시 의무화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미 유럽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ESG 규제가 이미 현실화했고, 탄소 배출량 감축 요구 등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SG 공시 의무화를 늦추면 대응하지 못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ESG 공시 의무화에 앞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이미 규제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많은 6대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비용도 치러야 합니다. EU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의 인증서 구매해야 합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연기금 투자자의 87%는 투자 결정 시 여전히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포트폴리오에서 탄소 집약도를 줄이고 기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빠르게 ESG 의무화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은 “미국 내 대선 결과에 따라 SEC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에 변화는 있겠지만, 공시제도 자체의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라며 “국내기업은 높은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응 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회사의 CEO가 ESG에 얼마나 관심을 두느냐가 실무자들의 대응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ESG는 결국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CEO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상장사 ESG 담당자는 “수출기업 등은 이미 글로벌 ESG 요구를 받고 있었고 2026년 시행해도 크게 문제없는 기업들도 있다”면서 “정부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해야 향후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5일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경제계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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