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패트롤)한여름 증권사 계약직에 불어닥친 '칼바람'
전체 구조조정 우려 확산
2024-07-12 15:30:48 2024-07-12 17:46:54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예전에는 인센티브 캡이 열리니까 계약직으로 옮겨가는 것을 되게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1년 재계약에 대한 압박감, 그것에 대한 애환이 있죠."(A증권사 IB부서 관계자)
 
증권가에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업종 특성상 연봉 계약직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고용 안정성은 낮지만, 성과를 낸 만큼 큰돈을 벌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 측면에선 일반적인 산업군의 계약직에 비해 거부감이 덜합니다. 특히 증시와 경기 활황 기조에선 고용 위기감보다는 인센티브 범위에 대해 오히려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 분위기는 급반전하고 있는데요.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집계 기준으로 증권사들의 계약직 인력 축소는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1개 증권사 계약직 직원은 지난해 3월말 1만1140명에서 올해 3월말 1만518명으로 1년 새 622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3개월 단위로 지난해 6월말 1만904명, 9월말 1만759명, 12월 말 1만672명으로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의 손실 확대란 명분으로 부서 축소 또는 타 부서와의 통합 등을 시행하면서 인력 이동 및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증시 불안과 국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인력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단 평가입니다.
 
국내 대표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KB증권은 최근 부동산금융 관련 부서 인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관련 부서 4개 팀을 3개 팀으로 줄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희망퇴직, 하반기에는 부서 축소를 포함한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초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증권사 IB부서의 경우 팀, 본부 단위로 운영되며 대부분 전문 계약직으로 매년 성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거나 혹은 계약연장 불가를 통보받게 되는데요. 계약직에 대한 구조 조정은 회사 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KB증권은 통상적으로 12월 말과 6월 말 두 차례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지난달 인사에서 부동산 관련 부서가 감원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단 전언입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계약직 직원의 구조 조정은 용이한 편입니다. 정규직과 달리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노동 시장 유연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하면 해고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계약직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구조 조정이 용이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 계약직 비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특정 증권사의 경우 절반이 넘는 계약직 직원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계약직 직원의 급증은 최근 10년 사이 현실화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말 전체 임직원 4만1326명 가운데 계약직원은 7281명으로 17.6%에 불과했는데요. 올해 3월말 기준 전체 임직원 3만8820명 가운데 계약직원은 1만518명으로 27.0%로 집계됩니다. 10%p 가까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계약직의 급증으로 일부 증권사는 직원 절반 이상이 계약직으로 집계되기도 합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론 10대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계약직 비중이 60.1%로 가장 높았습니다. 뒤로 하나증권 46.3%, 대신 36.2%, NH투자증권 28.7%로 계약직 비중이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메리츠의 경우 2009년 말과 비교해 증가율도 33.5%로 가장 높았습니다. 뒤를 이어 대신증권 30.8%, KB증권 19.5%, 하나증권 18% 등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며, 계약직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졌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증권사의 계약직 비중이 높은 배경으론 성과급 차등 지급이 지목됩니다. 직접 영업과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백오피스 직원들과 성과급에 있어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 계약직 채용의 주된 명분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정규직서 계약직으로 바뀌면 성과급 상단도 열리고 기본급도 통상적으로 30% 정도 더 오르기 때문에 과거에는 계약직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며 "IB나 PF는 대리급 이상부터 거의 전문계약직"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약직 비중이 높은 메리츠증권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요. 대형 증권사 중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성과급으로 작년 기준으로 지난 4년간 35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압도적인 지급액의 배경에 부동산 PF 담당 인력이 같은 기간 평균 220명으로 타사에 비해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인원수로 해당 금액을 나누면 연평균 1인당 성과보수는 4억원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현재 증권업계의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다릅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부서별 시장 상황에 따라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 분위기에 따른 실적 편차가 부서별로 갈리는 것이 증권업계 고유의 특성일 수 있지만, 반대로 계약직의 고용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KB증권발 계약직 감원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친 가운데 하나증권 역시 계약직 감원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한여름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친 셈입니다. 옷깃을 여며야겠습니다.
 
증권가에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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