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의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중 20명은 외부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아리셀에서 일한 것으로 드러났고, 18명은 이주노동자였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번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파견·도급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등 노동시장 약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걸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와 피해자 가족들은 2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이후 한 달 동안 사고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어디에도 피해자 유족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긴급하게 진행된 사업장 점검은 안전 문제에만 국한됐고, 참사 발생의 핵심 원인인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점검 감독은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와 피해자 가족들은 2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아리셀 교섭 회피 규탄 및 정부대책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미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에 따라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구속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일하다 죽어도 체류 지원이 안돼 사고원인 규명이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는 이주노동자들이 매년 100명 이상인데, 아리셀 참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5일 단 30분 만에 끝난 아리셀 사측과의 1차 교섭 이후 아무런 대책 없이 개별적인 보상 회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요구도, 교섭 진행을 위한 담당자 선정도 사측이 거부하고, 유족들에게 빨리 합의하면 보상금을 더 주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 유족들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결의로 대부분 장례도 치르지 않고 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기도와 화성시는 7월31일 이후에는 체류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회사의 개별 회유 압박을 거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조위원장은 “사측이 비자에 따라 보상을 차별하겠다는 것도 큰 문제”라며 “재외동포 비자(F-4)나 방문취업 비자(H-2) 등 체류 기간을 회사가 임의로 설정해 보상을 적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똑같이 소중한 생명으로 내국인과 다르게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대책위는 지난 18일 고용부가 발표한 대책이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고용부는 △리튬 배터리 취급 사업장에 대해 소화기 등 50억원 지원 △이주노동자 화재 발생 시 행동요령 포스터, 표지 스티커 제작 배포 △입국 시 소방대피 훈련 등의 방안들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에는 “수사 중”이라고 답하고, 불법파견과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은 “마련 중”이라는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는 게 대책위 주장입니다.
이에 대책위는 정부를 향해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 안전 개선 점검지원 강화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 실질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안전한 기숙사 보장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 부서 설치 등 근복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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