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삼성카드, 자회사 OPI는 10년째 동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등 자회사 차별 논란
노조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 안 지켜"
2024-08-01 06:00:00 2024-08-01 08:04:1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삼성카드가 연봉의 최대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만, 자회사인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성과급 지급률은 10년째 한 자릿수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초과이익성과급(OPI)은 10년째 동결입니다. 삼성카드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이 회사의 노동조합은 자회사 분리 당시 본사 직원과 처우 등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삼성카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OPI, 본사 직원 20% 수준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029780) 자회사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OPI는 10년째 연봉의 8.9%로 동결됐습니다. 삼성카드는 자사 소속 콜센터를 2014년 삼성카드고객서비스로 분사한 바 있습니다.
 
삼성카드와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OPI는 분사 직후인 2014년 각각 8.9%로 같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OPI 규모가 커지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중입니다.
 
삼성카드 OPI는 △2018년 20%대 △2019~2020년 30~40%대 △2021년 50%대를 기록했고, 최근 3년 사이 47~50%대를 유지 중입니다. 연봉의 반을 성과급으로 받는 셈인데요.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업무 과중에도 불구하고 특별 수당 지급이나 성과급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회사에 불만이 많은 상황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콜센터 분리 당시 삼성카드가 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모회사 수준의 처우를 약속했다고 주장합니다. 고객 서비스 개선과 본사 계약직 직원의 고용안정이라는 명분으 회사를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삼성카드에서 분사한 이후 10년 동안 OPI가 8.9%로 동결된 상태다. 사진은 지난 1월 항의 시위 모습.(사진=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
 
지난 2022년 삼성카드는 카드사 중 가장 많은 건수의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을 온전히 견디는 건 삼성카드고객서비스입니다. 삼성카드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 출시 당시에도 오류가 잦아 민원이 폭주하자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삼성카드 쪽에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이의신청 건수가 하루에 만 건을 넘어서는 등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지만 별도의 보상은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관계자는 "모회사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 대응하는 게 콜센터 본연의 업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카드, 형평성 핑계 입장 고수
 
삼성카드고객서비스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삼성화재(000810) 자회사인 삼성화재서비스, 삼성생명(032830)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와 삼성카드 자회사인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세 곳이 OPI 8.9%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 특정 자회사만 OPI를 손질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목표달성성과급(TAI)의 경우 삼성생명서비스는 기본급의 100%를 받지만,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회사 평균 지급률은 93.3%입니다. 모든 자회사가 동등하게 성과급 책정 기준을 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OPI 조정에 따른 형평성 우려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는 OPI 인상을 요구하며 올해 초 항의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노조는 "삼성카드는 10년 전 분사 때 만해도 사명만 바꾸고, 본사 직원과 차별하지 않기로 했는데, 현재 우리는 삼성카드 본사 직원보다 5분의 1에 불과한 성과급, 곱절로 늘어난 업무 시간 등으로 하청업체 노동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별도의 회사로 삼성카드와는 업무위수탁 관계에 있다"며 "당사는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직원의 보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는 "형태상으로 분리돼 있지만 결국 100% 삼성카드 출자회사이기 때문에 급여 수준부터 복리후생까지 삼성카드에서 관여하고 있다"며 "회계 감사, 인사 관련 자료 등을 보고하고 허가까지 받는 상황인데 OPI에 대해서만 삼성카드가 결정 권한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는 최근 사측으로부터 과반수 조직 노조로 인정한다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의 총 직원은 1140명으로,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575명에 달합니다. 삼성카드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에 과반수 노조가 탄생하면서 노사관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카드는 삼성고객서비스 직원의 보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사진=삼성카드)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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