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가운데 회사별로 흥행 성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는 계획보다 많은 물량을 접수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롯데건설은 미매각 후 추가청약에서도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는 등 고전했습니다. 몇몇 건설사의 회사채 시장 선전에 힘입어 얼어붙은 건설업계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업황 개선보다는 개별 회사의 실적이나 경쟁력에 따른 성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5일 진행한 제181회 회사채(신용등급 A-)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1300억원의 8배인 1조4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며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성적에 SK에코플랜트는 2600억원을 증액 발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조달된 자금은 회사채 차환 등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그룹 리밸런싱(사업재편) 전략에 맞춰 진행된 자회사 편입 효과와 기대감 등이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 사옥. (사진=송정은 기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신규사업 편입을 통해 사업다각화 수준이 한층 제고될 전망"이라며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재무부담을 일정 수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DL이앤씨도 회사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2일 진행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8050억원 규모의 주문을 접수했습니다. 당초 1000억원 가량 수요를 예측했었는데 이보다 8배가 넘는 물량이 모인겁니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의 안정적 사업기반과 재무안정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DL이앤씨는 지속적으로 향후 리스크·원가 관리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이익 개선을 이뤄간다는 방침입니다.
이외에도 GS건설과 HL디앤아이한라가 개인투자자들의 추가 청약을 통해 각각 1000억원, 600억원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선방했습니다.
반면 롯데건설은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3년여 만에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미매각됐습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6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요, 이 중 670억원, 44.7%가량이 최종 미매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롯데건설은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추가청약서 완판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지만 신용등급 하방압력 우려로 투심 잡기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롯데건설을 제외한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시장 흥행에 힘입어 침체된 건설업계의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건설 업계와 전문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요 건설사의 회사채 흥행이 건설업황의 개선보다는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 주효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채는 그 기업이 일하는 분야의 업황도 반영이 되지만 업황보다 중요한 건 개별 기업의 실적과 현재 상황"이라며 "여기에 개별 기업들이 발행 금리 등 어떤 상세 조건을 내걸었냐도 흥행에 주요한 요소다. 회사채 흥행을 업황 개선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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