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지 16일이 지나서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나섰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지급불능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금융당국이 미흡한 대처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여당마저 '늑장 대처'에 나선 겁니다.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수습에도 '늑장 대응'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요.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최 경제부총리,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뉴시스)
정부 1차 대책 되풀이만…"근본 대책없다"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 출범 후 첫 당정협의가 열렸습니다. 핵심 의제는 티메프 사태 수습. 지난달 23일 선출된 한 대표가 취임한 지 15일 만이자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16일 만입니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에서 "위메프·티몬 사태가 발생한 지 오늘로 2주 됐나요? 꽤 지났고"라고 관련 사태에 대해 입을 열며 "어떻게 보면 언론의 관심이 조금 수그러들어 가는 것 같은데 사실 정치가 진짜 일을 해야 되는 시점이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 해법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할 만한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추산 티메프 미정산 대금, 환불 지연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소비자들과 입점 업체들의 피해 복구보다는 재발 방지대책에 힘을 준 발언입니다.
다만 당정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일반 상품을 대상으로 신용카드사와 PG사(결제대행사)를 통해 이번 주 중으로 환불 완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기업과 관련해서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전자금을 지급하고, 3000억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피해 기업 관련한 임금 체불 발생 시에는 대지급금 생계비 융자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여행상품'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었습니다. 관련해 티메프 피해자 1000여 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는 "근본 대책이 없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 정부가 이미 지난달 29일 1차 대책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5600억원+α(긴급 경영안정자금 2000억원+긴급 유동성 3000억원)를 발표한 바 있는데, 사실상 이번 당정협의에서 지급 시점이라는 타임 테이블(시간)만 발표된 셈입니다.
구영배(왼쪽 세 번째) 큐텐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위기 대응 속도 떨어진 '당정'…TF 구성도 '하세월'
하지만 당과 정부의 늑장 대처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큐텐이 티메프를 인수하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재무 상황을 들여다봤고, 금융감독원도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악화된 재무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습니다.
사태 16일 만에 열린 당정 협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당정이 협력하여 강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정협의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여기에 당이 위메프·티몬 사태 수습을 위해 행동에 나선 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연 긴급 현안질의가 유일합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안 관련 대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개혁신당은 벌써 해피머니 사태 피해자들까지 만나고 대책 회의를 했는데, 여당은 TF(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전문가를 초청하는데도 일주일이 걸리는 등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여당 내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TF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위메프·티몬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대응을 위한 TF를 발족하고 "윤석열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안일한 대처가 오늘의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산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연속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굼벵이 걸음을 걷다가 줄도산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당정의 늑장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당정은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었는데,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속출한 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측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내놨고,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이) 검토 단계에 머문 것에 대해 죄송하고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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