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에 대해 △시스템 △경영전략과 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평
가합니다. 먼저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중복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업무중복 논란이 있는 8개 기관 가운데 6곳의 소관부처가 모두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처 간 업무 조율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소는 유사 업무 경쟁으로 인해 국민 선택권이 제고되는 것인지, 혈세 낭비로 이어지는 것인지 진단합니다.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보증기금(신보)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합 이슈가 불거지는 곳입니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증업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중복 업무를 막기 위해서는 기능 재편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정책금융 기능을 재편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병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법 개정이나 소관 부처 간 논의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신보는 중소기업 보증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담 정책금융기관 필요성이 대두되며 1976년 설립됐습니다. 그간 중소기업은행이 대행해 오던 신용보증업무를 신보가 가져온 것입니다. 신보에서 기술 신용보증제도 업무를 분리해 1989년 설립한 곳이 기보입니다. 두 기관은 담보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채무 보증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신보는 신용 정보의 효율적 관리·운용과 신용보증 제도 조사·연구 등에, 기보는 기술 보증을 비롯해 기술평가 및 보호 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보증 규모를 보면 신보가 86조원으로, 기보(28조원)에 비해 3배 정도 큽니다. 기보 직원수는 1989년 출범 당시 92명에 불과했으나, 1991년 영업점이 생기며 72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현재 지난 2분기 기분으로 직원수는 1586명에 달합니다. 신보 직원은 2700여명입니다.
기관 통합·부처 이관 반복
(그래픽=뉴스토마토)
신보와 기보는 보증 업무의 유사성으로 인해 '중복보증'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두 기관으로부터 중복으로 보증을 받은 중소기업이 적지 않았고, 이에 따라 소수 기업에 보증 혜택이 편중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정 기업에 적정 규모 이상 보증을 지원하면서 정책금융이 시급한 중소기업이 홀대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과거 몇 차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두 기관의 기능 재편 움직임은 있었습니다. 2004년 기보에서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 증권(P-CBO)' 보증 관리 부실로 1조원 넘는 손실액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 해인 2005년 정부는 신보와 기보가 각각 일반 창업기업 및 시설자금, 기술혁신형 기업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소기업 금융 지원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보의 사업 영역을 넓혀 재정 위기를 타개하는 동시에 신보와의 중복 보증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복보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업무 조정을 논하던 상황에서 신보와 기보 통합 논의가 부상한 바 있고, 두 기관의 업무 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져가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2015년 금융위는 '중소기업 신보증 체계 구축 방안'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간 중복 기능을 정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간 기보만 취급하던 '투자옵션부 보증'을 신보도 다룰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중복 업무 분야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2017년 중소기업청이 중기부로 승격되면서 기보는 금융위에서 중기부 산하로 이관됐습니다. 우수기술을 보유한 청업 초기 기업에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처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기보와 마찬가지로 신보도 중기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보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신보의 보증 공급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명분 때문이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소관부처 달라 '눈치싸움'만
대구에 있는 신용보증기금(왼쪽) 본사와 부산에 있는 기술보증기금 본사 전경. (사진=각 기관)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 하면서 정책금융 기능이 강조되는가운데 신보와 기보 간 통합 관련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기보가 중기부 산하로 이관하면서 중소기업과 접점을 넓힌 상태지만, 금융위 산하 신보는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복 보증을 해결하기 위해 보증 총량 조정 등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기술패권이 장악하는 대전환기에 기술 중심 평가와 보증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 기술 우위 보증업무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보가 금융위에서 중기부 산하로 온 뒤 중소기업 지원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며 "보증연계투자와 같이 다양한 정책 혼합 기능을 활용해야 하는데 금융위 산하에 있는 신보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중소기업 현장과 접점을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부처 간 업무 조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두 기관의 갈등을 부처 간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향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두 부처 사이에서 신보와 기보가 눈치싸움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보와 기보 두 기관은 금융위, 중기부 주관 사업에 다 참여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상대방 부처 행사에는 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신보 관계자는 "현재 신보와 기보는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업무 중첩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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