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최근 기술평가 특례로 상장한
시큐레터(418250)에 상장 8개월만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관사 대신증권이 한국거래소의 제재를 받았는데요. 해당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상장 주관사의 성장성 추천을 통해 특례 상장을 한 사례가 최근 3년간 2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부실 상장 주관사 제재 실효성 의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성장기업의 상장은 △기술평가 특례와 △성장성 추천으로 나뉩니다. 모두 자기자본 10억원이거나 시가총액 90억원의 회사가 요건인데요. 기술평가 특례의 경우 전문평가기관의 기술 등에 대한 평가를 받고 평가결과가 A등급&BBB등급 이상(외국기업의 경우 A등급&A등급 이상일 것)인 기업이 대상입니다. 성장성 추천은 상장주선인이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한 중소기업이어야 합니다.
성장성 추천으로 증시에 입성한 사례는 한국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9년 9월18일부터 현재까지 총 19건입니다. 같은 기간 기술성장기업 상장사는 총 147개사인데, 성장성 추천 비중은 12.9%에 불과한 셈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기술특례 상장입니다.
성장성 추천의 경우 상장 비중도 낮지만 상장 이후 기업 상황이 순탄치 않습니다. 지난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증시에 입성한
셀리버리(268600)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등 부실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장성 추천으로 상장한 19개사 중 공모가 이상 주가를 유지하는 곳은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한 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평균 46% 이상 주가가 빠졌습니다.
때문에 최근 들어 성장성 추천으로 상장하는 사례는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 3년간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 86건 중 성장성 추천을 통한 증시 입성은 2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7월 상장한
와이랩(432430)과 2022년 상장한
선바이오(067370)입니다.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주관을 맡았습니다. 두 기업 모두 이날 기준 공모가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입니다.
사문화되는 성장성 추천 상장
최근만 놓고 보면 사실상 성장성 추천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사례는 드문 상황인데요. 최근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시큐레터의 상장 주관사인 대신증권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향후 2년간 성장성 추천 방식의 기술특례상장 주관을 하지 못하게 한 제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큐레터는 기술평가 특례로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2023년도 제무재표에 대해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폐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상장한지 1년도 안돼 상폐 사유가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는 주관사인 대신증권에 2026년 8월까지 성장성 추천 방식의 기술특례상장 주관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반면 대신증권이 최근 3년간 성장성 추천 방식으로 상장한 사례가 없고, 실제 기술특례 IPO 시장에서도 씨가 마른 상황이라 실제 업무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증권 측도 "최근 3년 간 성장성 추천 방식으로 상장을 진행한 적이 없어서 IPO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성장성 추천의 경우 상장 주선인의 신뢰를 믿고 심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을 뒀고, 대신증권이 기술 평가 자체를 제대로 못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기술평가 특례까지 제한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관사 걸러내기 한계 있어"
거래소는 주관사가 감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책임도 무겁게 묻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에서는 미리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외부 감사인이 하는 것만큼의 전문성과 깊이로는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옵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상장주관사가 대상 기업을 감사들이 하는 것처럼 쥐잡듯이 뒤지기는 어렵다"며 "파두 사례처럼 마음먹고 속이려고 하면 충분히 알기 어렵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가 맡고 있던 비상장기업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사회적 실익이 클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신증권 성장성 추천 제재와 관련해서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성 추천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므로 해당 주관사 선택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거래소가 지닌 한계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자율 규제 기관이기 때문에 공적제재를 할 권한은 없다"며 "과거 기업 실사 부실과 관련해 금융투자협회에서도 모범규준 정비논의도 있었지만 이행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제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상장 주관사에 대한 직접 제재보다는 간접적인 책임 강화도 방법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적절하겠지만, 책임을 대폭 강화할 경우 상장업무를 맡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적정선이 필요하다"며 "상장 기업 주식의 일정 지분을 주관사가 가져가는 비율을 높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IPO 시장의 질적 성장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국내는 미국, 홍콩과 같은 선진 마켓과 달리 대표 주관사의 책임이 낮은데, 수수료도 낮기 때문에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기업의 성장성과 관련한 투자정보의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과 홍콩같은 경우에는 기업 실사 책임이 높기 때문에 공적 제재가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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