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단 회피’로 일관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무혐의 처분, 김 여사 오빠와 심 후보자의 친분설을 묻는 질문 등에 “모른다. 말하기 어렵다” 등의 답변만 하면서 공세를 피해 갔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 수사는 "보고받지 못했다"
심 후보자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와 관해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의원(민주당)은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제2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라면서 분노하고 있다"며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 시절 관련 보고를 받았느냐"고 물엇습니다. 하지만 심 후보자는 "수사에 대해 법무부 차관으로 온 뒤 보고 받지 않았으며 대검 차장 시절에는 (보고를)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이어갈 뜻이 분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표적 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심 후보자에 대해 "'나만 총장, 고검장, 검사장이 되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에 검찰 조직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며 "후보자도 총장이 되려고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사건과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잘 처리하겠다고 맹세했으리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했느냐"고 묻자 심 후보자는 "모욕적이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끈했습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의 '표적 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 표적을 정해놓지는 않는다"며 "항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와 친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야당에선 심 후보자가 김 여사 오빠와 고등학교 동기라는 걸 지적하면서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과정에 모종의 영향력이 행사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심 후보자는 “(김씨와) 서로 연락한 일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9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명품백 수사' "말씀 드리기 어렵다"
김 여사가 연루된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사건을 수사한 뒤 청탁금지법만 적용,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이 사건을 보고받은 후 직권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했습니다. 무혐의 판단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겠다는 취지입니다. 수심위는 오는 9일 열릴 예정입니다.
심 후보자는 "수심위 외부 위원들 중에서도 청문회를 보시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면치 못했습니다. 국회에 대한 심 후보자의 자료제출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질의 시작도 전에 초반 1시간가량 정회한 겁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심 후보자는 377건의 요청 자료 가운데 121건(32%)만 제출해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답변 미제출로 검증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지적하면서 포문을 열었습니다.
국회는 심 후보자 배우자의 출입국 기록과 특별활동비 사용 내역, 장인 사망 이후 2년이 지난 뒤 20억원을 상속받은 경위, 배우자 주식거래 내역, 자녀 장학금, 학교폭력 가해 여부 등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심 후보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 후보자는 "가족의 내밀한 사생활은 제출하지 못해 양해 말씀을 드린다"며 "추가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는 아무 질의도 하지 못하고 시작 47분 만에 정회됐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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