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육군사관학교가 교정에 있는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 등 독립전쟁 지도자 흉상을 철거하려고 해서 논쟁이 벌어졌다. 광복회와 많은 독립운동 역사 단체가 육사 움직임을 비판했다. 현재 육사는 다섯 분 흉상을 철거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 계속 두겠다고 확언하지도 않고 있다. 어정쩡한 상태다.
이밖에도 정부가 일제 강점기 역사 쟁점을 잘못 다뤄 생긴 문제가 많다. 광복회가 올해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고 기념행사를 따로 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갈등이 깊어지도록 두고 볼 일인가? 미래지향적으로 하나씩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 작업 가운데 하나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이 현대 한국군의 뿌리임을 확정해 제도화하기, 즉 국군 정통성 법제화가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군조직법 제1조에 ‘국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을 계승하는 대한국민의 군대임’을 명시하길 희망한다.
필자 혼자 생각이 아니다. 유력한 독립운동 역사 단체 전문가들과 논의했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의원을 비롯한 정치가들이 이 뜻에 공감했다. 국회의원들이 조만간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국군 정통성 확립 차원에서 국군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헌법과 법률 체계 때문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74조 제2항에서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국군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따르며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군대임은 이로써 자명하다.
그런데 국군의 조직과 편성에 관해 정하는 국군조직법은 국군 정통성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육사 흉상 논쟁 때, 국방부와 육군본부, 육사 등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이 아니라 1946년 미 군정이 조직한 국방경비대를 건군 기원으로 본다는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육군본부 누리집 등) 하위 법률에 정통성 근거를 명시하지 않으니,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역사관이 군에서 대충 통용되고 있다.
개인 몇 사람이 행동을 잘못하면 말로 깨우치면 된다. 지금 국방부와 육군본부, 육사 등이 기관 차원에서 그릇된 역사관을 유지하고 구성원한테 교육하고 있다. 한두 마디 말이 아니라 국군 근거 법률을 고쳐 기풍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역사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도 이 일이 필요하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일 독립전쟁 노선을 결정하고, 무장 독립군단을 통합했다. 이어 독립군과 의열 투쟁, 광복군에 이르기까지 항전을 멈추지 않았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현대 한국군 조직 과정에서 국군이 광복군을 계승해야 함을 주요 인사 행위와 문서, 연설을 통해 거듭 밝혔다.
프랑스는 1789년 시민군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순 혁명기를 현대 프랑스 군대 기원으로 기린다. 프랑스 군대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군한테 패퇴했다. 독일이 점령한 파리는 1944년 미국 영국 중심 연합군이 해방했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군대 존재를 부정하고 1944년을 프랑스 군대 건군 기원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1946년 국방경비대 기원론이 그런 꼴이다.
셋째, 육해공군 인식을 통일하기 위해서도 이 일을 해야 한다. 현재 해군과 공군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창군 기원으로 높여 기리고 있다. 유독 육군만이 ‘1946년 국방경비대가 육군 건군 기원, 1946년 국방경비사관학교가 육사 기원’이라는 역사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육군 따로, 해·공군 따로가 될 말인가.
미국은 1776년 독립전쟁 시기 민병대를 미군 조직 기원으로 기리고 있다. 국군 독립전쟁 정통성을 법제화하면 장병 자부심이 높아진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결실을 기대한다. 박창식/전 국방홍보원장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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