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가수 유승준씨는 지난 28일 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비자 발급이 또 거부된 사실을 밝혔습니다. 입장문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은 ‘법무부 등과 검토해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유씨의 2020년 7월2일(2차 거부처분일) 이후 행위 등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이하 ‘3차 거부처분)했습니다.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를 당한 가수 겸 영화배우 유승준이 2015년 5월19일 오후 아프리카 TV를 통해 13년 만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아프리카TV캡처)
유씨는 1997년에 데뷔해 국내에서 활동하다 징병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고 2001년 11월 소집기일로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았으나 2002년 2월로 연기했습니다. 2002년 1월 해외공연을 위해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면하게 됐습니다. 이에 병무청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유씨에 대해 입국제한 및 입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유씨에 대해 입국금지조치를 한 겁니다. 유씨는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유씨는 2015년 8월27일 LA 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이하 ‘1차 거부처분’). 유씨는 1차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입국금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그 조치를 이유로 한 1차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입국금지결정은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정력(행정행위의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가 아닌 한 취소 전까지는 당사자 등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는 효력)과 불가쟁력(행정행위에 대한 쟁송제기기간이 경과한 경우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하는 행정행위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 재외공관장이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하면서도 처분 이유를 기재한 거부처분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전화로 비자 발급의 불허를 통지한 것이 절차상 위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LA 총영사관이 유씨에게 13년7개월 전에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점에 대해서도 행정청에 부여된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처분을 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2심을 깨고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1차 거부처분이 절차상 위법하고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비자 발급의 거부처분으로 인해 유씨가 침해당하는 사익과 대한민국이 얻는 공익을 비교해 판단하지는 않은 겁니다.
유씨는 2020년 또다시 LA 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이하 ‘2차 거부처분’). LA 총영사관은 다음과 같이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2차 거부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는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더라도 위법하지 않고 탈세나 병역 기피 수단으로 국적을 변경하는 것은 기본권의 내제적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며 재외동포법도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병무청은 유씨의 입국을 허용하면 군 장병의 사기 저하 및 병역 기피 풍조 확산 우려가 있고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고려해 입국금지의 유지가 타당하다는 의견 △외교부는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씨가 국내 영리활동 등 다양한 혜택이 있는 재외동포(F-4) 비자로 입국하면 군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미필자들의 병역의무 이행 의지가 약화될 수 있고, 국민의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아 공정한 병역의무 부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며, 유씨가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국내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신청한 것은 재외동포법상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 제외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유씨는 2차 거부처분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2차 거부처분이 종전 처분의 위법 사유를 보완해 이뤄진 새로운 거부처분이므로 1차 거부처분 취소 판결의 기속력에 위배되지 않고, 유씨가 2002년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시점에 국적을 변경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면탈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써 원고에 대한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2차 거부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보다 작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LA 총영사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은 LA 총영사관이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이 개정 전에는 병역기피 목적 국적 이탈자에게도 38세부터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도 신법에 따라 41세로 적용한 처분을 내린 것이 위법하고, 유씨가 인터넷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부분은 대부분 2차 거부처분일인 2020년 7월2일 이후에 있던 것이므로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차 거부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유씨 측은 이번 3차 거부처분은 행정청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위법한 처분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관광비자로 입국할 수 있음에도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고집하는 이유가 영리활동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관광비자 입국을 시도하더라도 입국이 거부될 수 있고 소송상 이유로 인해 재외동포(F-4) 비자 발급을 하려는 것이므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행정청은 취소판결이 확정돼 기속력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사유로 판결과 다른 내용의 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3차 거부처분은 새로운 처분이고 2020년 7월2일 이후의 사유를 들어 처분한 것이므로 1차 및 2차 판결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유씨 측과 LA 총영사관은 3차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도 법원이 유씨의 손을 들어줄지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현대사회에서 법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규범 또는 관습을 바탕으로 형성됩니다. 행정부는 이러한 법을 준수해 행정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행정권에는 어느 정도 재량권이 있는 경우가 있어 국민 정서에 따라 비슷한 사안이라도 다른 처분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통한 통제는 필수적이지만 과거의 처분에 대한 것이므로 새로운 처분에 대해서도 그 판단이 무조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사법적 판단이 만능은 아닌 겁니다. 법과 구체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정서, 법이 부여한 재량권의 합리적인 조화가 이뤄진 처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개입이 자제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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