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해 교통사고로 인한 처벌을 면제받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른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면 별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지난 1일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검찰의 공소권의 맥락을 짚어봤습니다.
먼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특법) 위반죄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같은 법 제4조는 종합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라면 △12대 중과실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난치의 질병 발생 △보험계약 등이 무효 또는 해지되거나 면책 등으로 보험금 등의 지급의무가 없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과실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라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겁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지난 10월31일 대법원은 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특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을 이유로 공소를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경찰은 피고인에게 진로변경방법 위반(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을 이유로 범칙금 3만원 통고처분을 하고 법규 위반 및 인적 피해 발생을 이유로 면허벌점 20점을 부과했는데요. 교특법 위반 부분은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입건 결정을 했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진로를 변경할 때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으면 진로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 3만원을 통고하고 납부하면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진로변경방법 위반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됩니다.
피고인은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면허벌점 20점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하였고, 경찰은 범칙금 미납을 이유로 즉결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경찰의 즉결심판청구를 기각했고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기소를 하지 않고, 위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진로변경방법 위반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만 기소한 것은, 교특법의 취지에 반하여 그에 흡수되는 ‘과실’에 해당하는 행위만 따로 분리하여 기소한 것으로 판단해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과거 강간죄는 친고죄로 고소가 취소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는데요. 검사가 강간죄에 수반한 폭행 행위를 따로 떼어 공소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강간죄의 수단인 폭행만을 분리하여 공소를 제기했다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에 위반돼 무효인 경우로서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특법에 따른 벌을 받지 않게 됐으므로 도로교통법 제162조 제2항 제2호 단서에 따라 통고처분의 대상인 범칙자에 해당한다고 봤는데요. 피고인이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하면 다시 처벌받지 않게 되는데도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회수한 결과 도로교통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라 후속 절차가 진행됨으로써 이 사건 공소제기가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공소제기가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교특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교특법 위반으로 벌을 받지 않게 된 경우라면 도로교통법상 후속 절차의 진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취하고 있는 만큼 공소의 제기에 관해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타당성이 있는 범위에서 적법한 재량권만을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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