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에 무산 '초광역권 논의'…변죽만 울리는 '메가시티'
인구·지방소멸 대응 초광역권 '표류'
충청권 메가시티만 '유일'…재정 한계
특별자치도·특례시 신설…재정특례 없어
2024-10-09 06:00:00 2024-10-09 0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으로 부상한 초광역권(메가시티)의 설정 논의가 실현보단 구호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충청권·광주전남권·대구경북권·부울경 등 4대 초광역권 발전 계획을 바탕으로 지역 균형 발전, 지방 경쟁력 제고의 청사진을 내밀었지만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강원권·전북권·제주권 등 3대 특별자치도 등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한 지방자치권 보장 강화 차원의 특별자치도(시)와 특례시의 신설이 이슈로 부각됐지만 '재정특례'가 부여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치권 강화 실효성엔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나옵니다.
 
 
지난 9월13일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에 열차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3 초광역 발전 전략' 어디로?
 
9일 지자체, 관련 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해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 발표했지만 4+3 초광역 발전 전략은 사실상 무산에 무산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4+3 초광역 발전 전략은 4대 초광역권(충청권·광주전남권·대구경북권·부울경)과 3대 특별자치도(강원권·전북권·제주권)가 제출한 청사진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경쟁력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지방행정구역 통합 사례를 보면 1995년 부산광역시로 편입된 기장군 이후 지난 2020년 8월부터 추진한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개편현황 등 분석보고서를 보면 이 사례는 공항 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지역 간 공동합의(경상북도·대구광역시·군위군)로 성사된 차별성이 눈에 띕니다.
 
문제는 지방인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초광역권 설정논의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가 심화되면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지난해 최종 무산된 바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주목할 만한 추진 경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광주전남권'도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활발한 협의가 이뤄졌던 '대구·경북권 메가시티'에 대한 건도 무산된 상황입니다.
 
당시 청사위치 선정, 주민의견 수렴방법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게 예정처의 판단입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 지방 경쟁력 제고를 청사진으로 내밀었지만 무산에 무산을 거듭하고 있어 선거용으로 불붙었을 뿐, 사실상 표류 아니냐"며 "지방소멸 시급한데 변죽만 울리는 꼴"이라고 토로했습니다.
 
 
9일 지자체, 관련 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해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 발표했지만 4+3 초광역 발전 전략은 사실상 무산에 무산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충청광역연합 '유일'…관건은 '중앙재정'
 
현재로서는 충청권 메가시티가 유일합니다. 대전시·세종시·충북도·충남도 등 충청권 4개 광역생활경제권인 충청권 메가시티의 경우 단체장과 의회 운영에 대한 기초적인 합의가 완료되면서 '충청지방정부연합'에서 충청광역연합으로 변경, 연내 출범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방재정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때문에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상 초광역권협력 지원을 위한 '광역협력계정' 신설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근거 마련이 최대 관건입니다.
 
해당 근거를 담은 개정안은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태입니다. 송 의원실이 파악한 소멸 위험지역을 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8개로 전국의 51.8% 규모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방재정만으로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고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근거도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9일 지자체, 관련 기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해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 발표했지만 4+3 초광역 발전 전략은 사실상 무산에 무산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자치도·특례시 이슈…재정특례 없어
 
지방행정체제개편과 자치권 강화를 위해 부상하고 있는 특별자치도(시)와 특례시의 신설 이슈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나옵니다. 재정특례가 부여된 제주특별자치도·세종특별자치시와 달라 자치권 강화 내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김경호 예산처 예산분석실장은 "다른 의미의 행정체계 변화로 특별자치도(시)와 특례시의 신설도 이슈가 되고 있다"며 "먼저, 특별자치도는 지리적 특수성을 지닌 제주도의 지방자치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된 것으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행정구역 명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이와 달리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에 근거해 연기군과 그 일대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부기관이 모두 이전한 지역을 충청남도 산하의 시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광역자치단체의 새로운 형태인 특별자치시 명칭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이러한 출범 근거와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일정 지역 내 지방자치단체가 하나만 존재, 지방적 사무를 종합 처리하는 제도)임을 고려해 보통교부세의 정률(3%) 교부, 지역균형발전특별 회계 내 별도 계정 설치 등의 재정특례가 부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2023·2024년도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국가사무의 이양이 수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재정특례가 부여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주특별자치도와 비교해 자치권 강화 내역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