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첫 재판 선고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위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잠룡들은 연말을 전후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지난 4·10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도 정기 모임을 개시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재명 일극체제'로 다양성을 잃은 민주당 내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두관 전 의원은 8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열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의 대선 도전은 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입을 통해 먼저 알려졌는데요. 지난달 29일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엊그제 김두관 전 의원과 저녁을 했다. 그분도 대선 가도에 뛰어들더라"라며 "자기가 출마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결국 민주당도 4김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박지원 의원님께서 한번 식사를 하자 해서 저녁을 하고 1시간쯤 지나서 '김 장관 꿈을 가지고 있죠? 차기 준비하세요?'라고 물어보길래 '네, 저도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젊으니까요. 저도 할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제가 대통령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시대 정신에 입각해 역사적 책무를 다할 사람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민주당이 중심이 되서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당내의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치열하게 경선하고 경선 과정에서 특별하게 이탈만 없으면 치열하게 경선하는 것이 훨씬 본선 경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자신을 포함한 잠재적 후보들이 많을 수록 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21대 국회의원 출신 원외 의원 모임인 초일회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초정해 ‘2024 미국대선과 한반도 정세’란 주제로 특강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초일회 제공)
지난 6일에는 비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가 첫 번째 정치 원로 초청 강연을 하면서 공식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첫 강연자는 노무현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인 윤영관 전 장관이었는데요. '2024 미국대선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열린 이날의 특강에는 박용진·강병원·양기대·신동근·박광온 전 의원 등 초일회 소속 13명의 회원들이 참석해 2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들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비명계는 공천 탈락)로 낙선한 이들이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다음달 두 번째 강연에서는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한국 정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할 예정이고, 올해 마지막 초청 강연은 '신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 혹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외에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등 민주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잇따라 정치 재개 선언을 하고 있는데요. "정치권에 바른 말을 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며 지난 8월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김 전 총리는 이달 말 미국으로 떠나 대통령 선거를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대학 강연에도 나서는 김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의 첫 선고 직후 귀국해 대선 준비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활동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일을 할 거냐, 어떻게 다시 일어설 거냐는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습니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김경수 전 지사는 연말께 연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 잠룡들의 활동 재개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총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선고가 임박하면서 그간 당내 비주류로 분류됐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비명 진영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이 대표는 다음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선고가 각각 예정돼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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