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유통업계로 온기가 닿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광객 증가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자 업황 개선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식품업계의 경우 중국 시장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립니다.
10일 중국 정부 언론 홍보를 관장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에 따르면,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오는 12일 '역주기조절 강도 강화와 경제 고품질 발전 추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역주기조절은 경기 하락과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 정책 운용을 말합니다.
중국 정부는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달 1조 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책금리와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방침 등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내년도 예산 중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올해 인프라 건설에 조기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시동을 걸고 있죠.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유통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회복이 시급한 업황은 면세점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매출(24조8586억원) 대비 45% 낮은 수치이며,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2020~2022년의 평균 매출(17조517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큰손인 중국 관광객들이 불황 여파로 씀씀이를 줄였고 면세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 유입 또한 저조해지며 면세점 실적 회복 시점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면세점 업체들의 주가 상승 측면은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면세점 산업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계절적 특수성에 따른 감소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소폭 증가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향후 기대감을 가져볼 요인으로 중국 내수 경기 부양책이 있다"면서 "실질적인 규모나 효과에 대해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현재 주요 면세점 기업들의 주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던 수준을 하회하고 있는 만큼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중국 내수 회복 가능성에 국내 식품기업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과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양식품 등이 수혜 식품사로 꼽힙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올해 중국 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전사 매출 비중 대비 40%로 중국 익스포저(위험노출)가 가장 큰 업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삼양식품과 농심의 올해 중국 매출액 추정치는 각 3700억원, 1800억원으로 전사 매출 대비 각각 22%, 5%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삼양식품은 3·4선 도시로 침투를 계획 중이며, 농심은 경소상(중개 판매상) 교체로 매출 공백이 발생했으나 4분기부터 정상화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경기 회복 가시화를 논하기 이른 만큼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점치기는 조심스러운 단계입니다. 심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양책의 실효성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나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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