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고, 미국 대선이나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만큼 당분간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것입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도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75~5.00%로 낮췄는데요.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했던 대출자들의 숨통이 한결 트일 전망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듭니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올해 마지막 있는 11월 금통위에서 또 한 차례 금리를 내릴지 아니면 내년에 금리를 내릴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다만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경우 최근 주춤했던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하락은 주택 가격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이후 0.43%포인트 더 오르고,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 폭이 2배가량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인하의 변수는 가계 부채 둔화와 주택 가격 안정 여부가 될 것"이라며 "만약 예상과 달리 가계 부채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지연될 경우 11월 연속 인하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은 금통위도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업무 창구.(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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