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기업의 위기, 정부도 손 놓을 때 아니다
2024-10-11 15:08:53 2024-10-11 15:08:53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건 그만큼 위기가 명확하다는 것은 방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등으로 안팎에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이 감지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은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을 5조3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던 시장에선 잠정 실적 발표 이후 4조 안팎으로 재차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잠정 실적 발표 후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면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 준비, 조직 문화 재건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 경영진의 반성문만으로 한국 산업의 위기를 풀어가기 어렵다는 게 장기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점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미국이나 일본, 중국은 200∼300㎞로 아우토반 (고속도로)을 달리는데 우리는 시내 정속주행 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한국경제인협회의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칩스법 서명식에서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고 언급, 인텔에 85억달러 보조금 투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고, 추가 지원 방안까지 고려중입니다. 
 
반면 한국의 지원 수준은 극도로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국가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첨단기술경쟁에서 우리나라만 뒤처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8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 회장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야당 신청도 나왔습니다. 국회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입법으로 지원하지 못할망정 대기업 총수를 불러내 반짝 눈길 끌기나 군기잡기에만 혈안이 된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입니다.
 
이미 글로벌 경쟁은 첨단전략산업의 기술 패권으로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머뭇거린다면 한국 경제는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삼성이라는 국내 1위 기업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가 대항전에서 버텨내기 어렵습니다. 
 
민간 기업이 경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와 국회의 역할입니다. 그래야 기업도 마음 놓고 적극적인 투자와 초격차 기술개발,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주요국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우리도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폭넓은 보조금 지급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 의지를 내비친 상황에 정부와 국회가 힘을 보태기를 바라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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